또 죽었다. 안타까운 생명이 사그라졌다. 지난 9일 경기 용인의 농수산물유통센터 신축 공사장에서였다. 85m짜리 타워크레인의 중간 부위가 꺾여 넘어지면서 작업자 3명이 숨졌다. 대부분의 직장이 쉬는 토요일에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나갔던 김모(55)·장모(49)·박모(38)씨는 결국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전남 광주에서 환경미화원 노모(57)씨가 숨졌다. 쓰레기 수거 차량 뒤쪽에서 쓰레기를 정리하던 노씨를 운전자가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덮개를 내려 머리가 끼여 사망했다. 앞서 같은 달 16일에도 환경미화원 서모(59)씨가 쓰레기 수거차 발판에 올라탄 채 작업을 하다 차량 밑으로 끌려 들어가 숨졌다.
산업 현장에서의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산업재해 사망자는 99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8%(88명)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사고는 세계적으로도 후진국 수준이다. 2013년 기준 산재로 인한 10만명당 사망자 수는 7.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0명의 2배를 넘는다. 이 정도면 일터가 전쟁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우리의 일터가 이렇게 위험한 것은 안전 강화에 돈을 쓰는 데 인색하기 때문이다. 쓰레기 수거 차량 덮개에 끼여 사망한 환경미화원 사고만 봐도 그렇다. 덮개를 올렸을 때 차 뒤에서 일하는 작업자를 볼 수 있는 후방 카메라를 추가로 더 달았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사고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8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정책토의에서 “현 정부 임기 내에 안전사고 사망자 수를 OECD 평균 수준까지 낮추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은 그럴싸한 구호만으로는 절대 개선되지 않는다. 반드시 돈을 들여야 바뀐다. 최근 발생한 낚싯배 전복 사고를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조난자 구조 대응이 늦은 탓에 해양경찰이 비난을 받았지만 그들의 현실은 우리의 눈높이와 큰 차이가 있다. 한 해경파출소는 1.2톤짜리 미니 연안구조정으로 202척의 선박을 관리할 정도다. 또 전용 선착장이 없어 고무보트를 손수레에 실어 끌고 가 바다로 타고 나간다고 한다. 열악한 현실을 들여다보면 한숨만 나온다.
얼마 전 아내가 큰아이가 다니는 태권도 학원에서 온 납입고지서를 보고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안전 규제가 강화돼 승합차에 반드시 보호자가 탑승해야 하기 때문에 3만원을 추가로 내라는 것이었다. 아내에게 30분에 걸쳐 안전 강화에 돈이 드는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얼마 안 되는 생활비를 쪼개 3만원을 냈다.
안전을 강화하려면 돈이 든다. 말만으로 뚝딱 안전하게 되지 않는다. 그 사실을 국민에게 솔직히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것이 나라다운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