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표의 중도통합론을 둘러싼 국민의당의 내홍이 극심해지는 분위기다.
안 대표가 자신의 통합 구상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호남을 직접 찾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에 호남계 중진의원들의 반발 강도 역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안 대표의 전남지역 방문 하루 전인 지난 8일 자신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박주원 최고위원이 2008년 ‘김대중 전 대통령(DJ) 비자금 의혹’의 최초 제보자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당은 큰 혼란에 빠졌다. 자신의 중도통합 드라이브에 대한 호남의 평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친안’(친안철수)계인 박 최고위원이 과거에 DJ를 음해하는 데 앞장섰다는 의혹까지 나와 호남 민심은 더욱 냉랭해졌다.
안 대표는 호남 방문 일정을 연기하려다가 계획대로 방문길에 올랐다. 그러나 10일 오전 전남 목포에서 열린 ‘제1회 김대중 마라톤대회’에 함께 참석했던 박지원 전 대표가 자신의 열성 지지자가 던진 계란에 얼굴을 맞는 봉변을 당하자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 대표는 10일 오후 “중진들이 밖으로 갈등을 표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내 갈등 자제를 촉구했으나 이것이 되레 호남 중진의원들만 자극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안 대표 측은 잇단 돌발악재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통합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안 대표는 11일 전북도의회에서 한 지역 언론 간담회에서 “바른정당과 관련한 오해를 몇 가지 발견했다”며 “바른정당이 영남당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은 수도권 지역구 의원이 7명으로 수도권 정당”이라고 해명했다. 안 대표가 이처럼 바른정당을 적극 엄호하는 것은 그가 양당 통합 목표를 다시 한 번 선명히 드러내기 위함이라는 당내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 모임인 국민통합포럼도 오는 14일 광주를 찾아 안 대표의 통합 행보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호남계는 안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호남계가 ‘평화개혁연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선 상황이어서 이미 ‘분당 수순’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평화개혁연대는 통합 반대 입장인 초선 10명이 모인 ‘구당초’(당을 구하는 초선의원)와 세를 합쳐 안 대표를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당내에선 평화개혁연대가 안 대표와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반대파를 결집해 ‘합의이혼’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허세민 인턴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