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선진 원조공여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지난 2009년 가입한 이래 국제무대에서 개발협력 담론 형성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는데 올해 들어 특히 이 분야에서 우리의 존재감이 국제적으로 부각되는 것 같다. 이는 우리 정부뿐 아니라 우리 민간전문가, 국제기구, 국제 비정부기구(NGO) 등 다양한 주체들의 활동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본다.
예를 들어 최근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이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 우리 학자들이 외국의 정책강연회에 기조연설자로 초청돼 경제개발에 대한 특강을 하는 한편 제네바리더십공공정책연구원(GILPP)은 한국 NGO의 아프리카 국가 내 활동을 다루는 심포지엄을 주최하기도 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한국의 농촌·농업 개발협력 사업에 관한 국제회의를 열었고 우리 정부 차원에서는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고위급 회의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동의장으로 참석해 크게 활약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행사들이 런던이나 제네바·서울·뉴욕이 아닌 아프리카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모두 열렸다는 점이다. 우간다는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며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유사한 동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아프리카는 무한한 경제 발전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이를 실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개발 노하우에 목말라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각국과 국제기구·국제개발 관련 단체들은 그 해답을 찾고자 한국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더더욱 이제 보다 신장된 거버넌스, 인권, 민주화 역량을 발휘해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고 ‘국민 참여외교’도 이에 상승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우리의 소프트파워 상승으로 이어지고 우리 글로벌외교 차원에서 호기를 맞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실질적인 외교 다변화를 적극 기해야 하며 외교 행동 반경과 국제적 지지 기반을 넓히는 것이 여러 면에서 필요하다.
한국형 개발협력은 아프리카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당면한 과제들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기본적 삶의 요건 충족, 다른 하나는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각국의 원조 형태를 보면 서방 공여국들은 전자에, 중국은 후자 중 인프라 건설에 치중하는 경향을 띤다. 우리나라는 선진 공여국들과 보조를 같이하면서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에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 즉 개발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전수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아프리카는 제반 글로벌 이슈들의 주요 쟁점 지역이다. 그러므로 이 지역은 우리 선진외교의 시험대이자 기회의 장이 된다. 선진 주요국들의 특징을 보면 경제 규모 순위에 거의 변화가 없으며 오래전부터 외교 다변화를 이뤘고 소프트파워 면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은 소프트파워지수(Portland’s Soft Power)에서 20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하드파워인 경제력(11위)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외교는 소프트파워를 활용하면서도 이를 도모하는 데 적극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는 우리의 주요 공적개발원조(ODA) 협력 대상이면서도 미개척의 잠재적 거대 시장이며 우리의 국제무대 진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중요한 지지 기반이다. 한편 우리의 국제적 위상, 경쟁력 제고로 우리가 글로범 규범·어젠다를 적극 수용하고 이에 참여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더욱 부합하게 됐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해 우리의 대아프리카 ODA 정책은 ‘아프리카의 필요와 글로벌 규범에 부응하는 외교’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