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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1987’ 김태리, “‘아가씨’ 족쇄 이겨내야죠...울보 장준환 감독님께 의지”

“‘아가씨’와 ‘1987‘을 통해 배운 게 뭐냐고 물어보면, ’모르겠어요‘ 라고 답해요. 이게 명명된 스킬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체득되는 느낌이니까요. 아 나도 할 수 있구나란 생각에 조금 더 자신감이 붙을 수도 있죠. 또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야겠구나‘란 그런 생각을 할 수 도 있겠죠. 이런 장면은 이렇게 풀 수도 있구나란 걸 알게 돼 좀 더 유연해질 수 있어요. 딱히 꼬집어서 뭐라고 할 순 없을 듯 해요.”




용감한 ‘아가씨’ 김태리가 영화 ‘1987’로 돌아왔다. 한국영화 사상, 배우의 가장 인상적인 데뷔작 중 하나라 할 만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서 울고 웃고, 분노하고 한편 판을 뒤집는 계획을 공모했던 ‘숙희’를 연기했던 김태리. 이번 ‘1987’에선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을 좋아하고 녹음이 맘대로 되지 않는 고물 카세트 라디오가 짜증나는 평범한 87학번 대학생으로 등장한다.

영화 ‘1987’ 배우 김태리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매체 라운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지수진 기자영화 ‘1987’ 배우 김태리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매체 라운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지수진 기자


장준환 감독의 영화 ‘1987’은 진실을 은폐하려는 경찰과 권력 수뇌부, 이에 맞서 각자의 자리에서 신념을 건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행동이 모여 광장의 거대한 함성으로 확산되기까지. 가슴 뛰는 6개월의 시간을 그려낸 작품.

구멍가게 ‘연희네 슈퍼’에서 엄마와 외삼촌과 함께 사는 연희는 교도관인 외삼촌(유해진) 부탁으로 옥중서신을 대신 전할 정도로 당차지만, 달랑 셋뿐인 식구 걱정 안 하고 자꾸 위험한 일을 하는 삼촌이 걱정되고 마땅찮다. 입학 직후인 3월, 첫 미팅을 하러 간 명동 거리에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휘말려 난생 처음 독한 최루탄에 휩싸인다.

김태리는 평범한 시민의 대표 캐릭터인 ‘연희’의 감정의 진폭을 통해, 지금의 관객들을 1987년을 살아갔던 이들이 느꼈을 법한 감정의 한가운데로 데려간다.

18일 삼청동에서 만난 김태리는 “‘1987’은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고 시나리오 구조의 독특함에 반했다. 또한 실화를 베이스로 한 영화를 볼 때 시의성을 중요시하는데 ‘1987’은 시의성이 흘러넘쳤다“고 작품 선택 계기를 밝혔다.

김태리는 그렇게 시나리오에 끌렸고, 완성본을 보고선 더욱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영화 1987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영화 1987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원래 시나리오가 좋았는데, 치고 빠진다고 할까. 감독님이 하정우 선배가 나와도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장면을 그냥 막 버려버린다. (웃음) 치우치지 않은 점 그게 좋았다. 영화에선 그게 잘 돼 있더라. 편집된 장면이 많아서 감독님은 아쉽다고 하시지만 왜 그렇게 편집됐는지 알 것 같았다. 그 만큼 영화가 깔끔하게 편집 된 점이 좋았다.

1987년의 이야기에 깊이 동감한 1990년생 김태리의 소감도 인상적이다. 김태리는 “30년 전 이야기지만 내 또래도 충분히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면서 ”평범한 대중을 대변하는 연희의 행동에 더욱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1987’은 ‘우리는 이렇게 싸울 수 있고 함께 힘을 합칠 수 있고 부딪혀서 이길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임을 이야기한다. 김태리 역시 이 점에서 동감했다. ”제가 이야기를 잘 못해요”라며 쑥스러워했지만,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힘이 있었다. “미래를 위한 준비가 더 중요하고, 나 하나 더 잘 살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세대이지만 우리가 광장으로 나오는 걸 선택했던 건, 그것이 옳기 때문 아닌가. 세상은 위대한 사람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연희 같은 평범한 대중의 힘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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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감독은 김태리를 향해, ‘어떤 기교나 테크닉을 써서, 대충 넘어가려고 하지 않은 배우다’고 전한 바 있다. 김태리는 이번 ‘1987’을 촬영하면서 “억지로 짜내려고 하기보단, 진실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아가씨’ 이후 충무로의 신데렐라로 급부상한 김태리를 향한 대중과 언론의 관심은 높다. 이에 김태리는 “‘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 ‘아가씨’의 김태리로 불리는 게 부담스럽고 족쇄로 다가올 때도 있다. 그 부담감을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울보 감독님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결국엔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다.”고 솔직한 마음을 토로했다.

‘아가씨’ 이후 영화 ‘리틀 포레스트’,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등 김태리를 향한 러브콜은 연달아 이어지고 있다. 김태리의 매력은 어디서 기인한 걸까. 그는 “‘신선함’이다. (캐스팅 하고자 한 작품과)이미지가 잘 맞았나보다”고 명확하게 소신을 전했다.

“연희란 인물로 다른 느낌을 찾았으면, 제가 캐스팅 되지 않았겠죠. 연희란 인물을 캐스팅 하면서 제가 가진 면을 보셨으니까 캐스팅 하셨다고 본다. 다른 작품도 그랬던 것 같아요.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어떤 게 맞겠다란 느낌이 드시지 않았을까요.”

영화 ‘1987’ 배우 김태리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매체 라운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영화 ‘1987’ 배우 김태리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매체 라운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1987’ 배우 김태리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매체 라운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영화 ‘1987’ 배우 김태리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매체 라운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태리는 거침 없이 말하면서도 꼭 필요한 말로 대화를 주도해갔다. 더 멋있게 말하고자 하는 욕심이 없었고, 어떤 질문에도 명쾌하게 답을 내 놓았다. ‘내공이 대단하다’는 취재진의 말엔 “제 내공이 아니라 상황이 잘 도와줘서 하게 된거다”는 답을 전하기도.

그는 ‘낯을 가리기 보단 사람을 가린다’고 말했다. 즉 자신을 궁금해 하는 감독 혹은 작가와의 이야기는 어떤 부담감 없이 임할 수 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분과는 대화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나에 대해 궁금증이 일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된다. 장준환 감독님이 날 궁금해했고, ‘어떤 삶을 살았지?’란 질문을 하셨다. 그렇게 서로 대화가 이루어졌고 캐스팅이 됐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오디션 운이 좋았다’고 표현 할 수 있지만, 그는 “호로록, 호로록 넘어간거다”고 정의를 내렸다. 그는 과한 열정을 내비치는 치기어린 배우이기보다는 그 누구보다 자신을 컨트롤 할 줄 아는 단단한 배우였다.

“전 나한테 이 역할 주세요. 다른 분에게 주지 마세요. 이런 게 없다. 편하게 대화 하다가 캐스팅 된 경우가 많았다. 상황들이 도와준거다. 감독님들도 이 친구가 편하게 하는구나라고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제가 ‘나 아니면 안 돼’ 라는 생각으로 미친 듯이 경쟁하면서 나서면 다 망할 것 같다.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

한편, 김태리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강동원 등이 출연하는 영화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12월 27일 개봉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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