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제멋대로 공정위-뒤통수 맞은 기업] 순환출자 ‘형성-강화’ 논란..‘삼성 저격수’ 김상조 등장에 뒤집혀

공정위 명령 안바꾼다지만...법정소송 가능성 커

사실상 삼성그룹 겨냥해 번복...소급 적용도 논란

SDI지분 매각해도 지배구조 영향은 크지 않을듯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합병 관련 신규출자 금지 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 변경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합병 관련 신규출자 금지 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 변경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 변경 브리핑을 하면서 “(과거의 오류에) 통렬히 반성한다. 하지만 법원이 일부 판단을 달리한다고 하더라도 공정위의 결정은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설령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이 바뀌더라도 삼성SDI에 대한 현 삼성물산 지분매각 명령을 바꾸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법조계나 재계는 ‘순환출자의 형성이냐, 강화냐’부터 ‘소급적용’ 등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데도 김 위원장이 지침에 ‘대못’을 박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결정을 둘러싼 3가지 쟁점을 짚어본다.

①순환출자 ‘형성’이냐, ‘강화’냐=논란의 시작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대기업집단은 신규 순환출자(기존 순환출자는 인정)가 전면 막혔다. 문제는 계열사 간의 합병. 합병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 안으로 새로 편입될 경우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가 대기업은 관심 사안이었다. 특히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 합병을 추진하던 삼성그룹은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공정위에 요청했다. 합병으로 신규 순환출자가 ‘강화’됐다고 보면 강화된 만큼만 주식을 처분하면 되지만 ‘형성’으로 보면 단 한 주도 가지고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2년 전에는 공정위는 합병을 ‘강화’로 봤다. 이에 맞춰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전체 주식(900만주) 중 500만주만 매각하라”고 결정했다. 반면 지금은 반대다. 공정위는 결정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로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형성’으로 결론을 뒤집었다. 김상조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당시에는 엄격한 문헌해석에 집중했지만 이번에는 경제적 실질을 감안해서 탄력적으로 해석했다”며 “2년 전 공정위가 판단의 일관성을 상실했다고 보고 그 내용적 일관성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 사안에 대해 법률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지만 빠른 처리를 위해 ‘예규’ 제정을 통해 문제를 풀려고 한다. 삼성과의 소송이 예상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 측 신뢰보호의 문제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엄밀히 따져 법적인 문제는 없다”면서도 “공정위 예규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삼성이 불만이 있으면 소송 제기가 가능하고 공정위와 삼성의 해석 중 무엇이 맞는지는 법원이 판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도 삼성과의 소송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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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사실상 삼성 겨냥…소급적용도 논란=공정위는 공식적으로 ‘삼성’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해석기준 변경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대기업 집단은 삼성이 유일하다. 공정위가 특히 삼성의 순환출자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이유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 과정과 1심판결에서 청와대의 외압이 드러난 만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하지만 “아직 1심 판결만 가지고 가이드라인을 변경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급적용도 논란이다. 2015년 결정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법이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급 문제는 없다”며 “공정위 내부 의견일 뿐만 아니라 외부의 법률 전문가들도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약간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회사법 전문 변호사는 “모든 법령, 특히 이해관계자가 많은 상법의 경우 그들에게 혜택을 주는 게 아닌 한 소급적용은 거의 없다”며 “행정부 법 해석의 재량권 범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③SDI의 보유지분 팔 때, 지배구조 영향은=업계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 중심으로 짜인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주식 17.0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이건희 회장 등 친인척과 특수관계인의 삼성물산 주식을 모두 합하면 39.08%에 달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결정으로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2.1%를 팔아도 이미 40%에 달하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향후 보험업법 개정이나 금융그룹통합감독시스템이 시행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8.19%)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이 부회장에게는 삼성물산 주식이 한 주라도 아쉬운 상황이 올 수 있다. 또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경우도 삼성 지배구조가 위협 받을 수 있다. 합병에 대비해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주식을 최대한 많이 보유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강광우·신희철·빈난새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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