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SE★인터뷰]‘강철비’ 곽도원, “배우는 무정부주의자...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중”

배우 곽도원이 신념 있는 멋쟁이로 돌아왔다.

그동안 곽도원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에서 깡패보다 더한 악질 검사 ‘조범석’으로, ‘변호인’(2013)에선 악랄한 고문 경감 ‘차동영’을 통해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기며 ‘엘리트 악역 전문’ 배우라는 독특한 타이틀을 얻은 바 있다. 이번엔 외교안보수석이다.




배우 곽도원 /사진 = NEW배우 곽도원 /사진 = NEW


‘강철비’에서 곽도원은 그간 맡은 엘리트 역 중 최고 직급인 남한 외교안보수석으로 중국은 물론 주한 CIA 지부장과도 긴밀히 내통하는 특급 첩보 연기를 선보인다. 외교·국방·통일 업무라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 인물이지만 날카로움과 여유를 넘나드는 곽도원만의 개성 넘치는 연기 덕에 흡입력 있고 매력적인 첩보 캐릭터가 완성되었다.

14일 개봉한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내려오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린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다. 상영 내내 정우성-곽도원의 케미스트리에는 웃음이, 가족애와 부성애에서는 눈물을 훔친다. 여기에 대한민국 정세에 대한 긴장감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개봉 6일째 200만을 돌파한 것에 이어 연속 압도적 박스오피스 1위라는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곽도원은 “이런 영화가 세상에 나온다면, 대중은 내게 어떤 이야기로 질문을 던질까. 이런 호기심이 가장 컸다. ‘강철비’는 계속 절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극중 옥스퍼드 대학 출신 곽철우(곽도원)는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와 부상 당한 북한 1호와 조우하게 된다. 이후, 북한의 선전 포고와 남한의 계엄령 선포까지 사상 유례없던 전운이 감돌게 되는 대한민국을 위해 ‘엄철우’와 힘을 합친다. 곽도원이 바라본 곽철우는 엘리트 요원이라기 보다는 ‘여린 사람’이었다.

“곽철우는 정권이 바뀌기 전 외교안보수석 대행이라 전전긍긍하는 인물이다. 게다가 이혼까지 당해서 돈을 벌어서 집에 양육비도 보내야 한다. 중년의 가장으로 먹고 살려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면한다. 그런 사람이 어쩌다보니 엄청난 일에 부딪친 거다.”

이전에 맡았던 엘리트 캐릭터들과는 다른 한층 밝은 캐릭터이다. 그는 “곽도원 이전에 곽병규(곽도원 본명)라는 사람과 비슷한 것 같다”고 자평하기도


“극 중 곽철우는 외교안보수석이란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엄철우(정우성 분)하고 사적인 얘기를 할 땐 내가 지금까지 했던 인물에 가장 일상적인 캐릭터다. 장현성 형님한테 애교 떠는 모습 역시 나와 닮아있다. 제가 대학에서 강의를 해보거나 그러진 않지만, 비슷한 부분이 많다. 차안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거나 하는 모습은 곽병규란 사람과 제일 가깝다. 물론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건 나랑 안 맞지만(허허허)영어 대사 외우느라고 엄청 고생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관련기사



“곽병규가 아닌 곽도원으로 살다보니 감추고, 참고, 버티고 산다”고 고백하기도 한 곽도원은 “시골에 내려가 있을 땐 슬리퍼 신고 밭일 하면서 사는 사람이 바로 나다”고 말하며 소탈한 모습을 내보이기도 했다.

메소드 연기를 지향하는 배우인 곽도원이 매 작품마다 놓치고 싶지 않은 건 ‘진실성’이다.

“‘진실성’을 제일 중요시해요. 진짜 같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그게 메소드의 기본이고. 그런데 진짜 같기가 진짜 힘들거든요. 똑같은 연기를 수십번 똑같이 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영화 ‘강철비’를 촬영하면서 그 자리에서 국수 8그릇, 햄버거 5개 세트를 먹었어요. 그런데 매 촬영마다 처음 먹는 것처럼 했어요. 촬영하면서도 ‘진실성’이란게 뭘까?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건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린왕자’ 란 책을 나이 들어서 다시 읽으면 맛이 다르듯, 스타니슬라브스키 ‘배우수업’ 책을 나이 들어서 다시 보면 20대 때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부분이 보이더라구요.”

‘강철비’가 던진 대한민국 핵전쟁 시나리오란 화두를 놓고 누군가는 작업자들이 정치적 신념으로 만든 영화가 아닌가란 색안경을 씌우기도 한다. 하지만 곽도원은 “특정한 정치적 신념이나 의도로 출연한 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의 신조 역시 ”배우는 무정부주의자이다. 그렇기에 배우는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

배우 곽도원 /사진 = NEW배우 곽도원 /사진 = NEW


배우 곽도원 /사진 = NEW배우 곽도원 /사진 = NEW


“직업적으로 배우는 대중들에게 매체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다른 목소리도 낼 수 있는지 상태를 점검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 역시 지난 해 겨울 촛불집회에 나갔고 정권이 바뀌길 바랐다. 지금 정부 역시 어떤 문제가 있다면 배우로서 영화든 드라마든 어떤 매체를 통해 그것에 대해 표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게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니까.”

곽도원은 ‘강철비’ 속에서 관객들의 숨구멍을 유쾌하게 조율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 속엔 “강요하지 않고 재미있게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는 곽 배우의 바람이 담겨있다. 그렇기에 그는 “양우석 감독님과 웃음 포인트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연극이든 영화든 작품이 재미없으면 관객들은 안 본다. 아무리 옳은 내용, 올바른 내용을 담고 있고, 암만 머릿 속에 든 엄청난 지식들을 풀려고 해도 재미 없으면 누가 보겠는가. 우리 영화가 2시간 30분 안 쪽의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트랙을 짰을 때 관객 분들이 우리가 닦아놓은 길을 숨차게 달려오실텐데, 중간 중간 음료수 놀 자리를 마련해 놓고 싶었다. 우리가 준비했는데 안 드시고 가시면 속상하거든요. 그런 포인트에 대해 심사숙고 했다. 어느 부분에 물을 놓을지 또 어느 부분엔 이온음료를 놓을지 색깔을 많이 생각했다. 저희들의 노력과 고민을 어느 정도는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