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신용 7등급 대출금리 10% 넘는 곳 속출…가산금리, 기준금리의 최고 6배

은행 리스크 관리 깐깐…내년 6등급도 대출 힘들수도

대출자 옥죄는 금융권 '고금리 장사' 다시 도마 올라

중신용자 2금융권 내몰리면 가계부채 질 악영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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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일부 시중은행의 중신용자(4~6등급)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두자릿수를 돌파하면서 대출자들을 옥죄는 금융권의 ‘약탈적 금리’ 관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사실상 은행 신용대출의 마지노선에 있는 중신용자의 경우 제2금융권으로 가면 20%에 육박하는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하는 만큼 울며 겨자 먹기로 시중은행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7~10등급의 저신용자 신용대출금리는 이미 지난달 두자릿수를 넘는 은행들이 속출했다. 7~8등급의 경우 산업은행이 11.69%, 씨티은행이 11.21%의 대출금리를 책정했고 9~10등급에 대해서는 우리은행(12.75%), 전북은행(12.52%)이 12%를 넘어섰다. 1~2등급의 고신용자에 대해서도 대출금리가 4%를 넘는 은행도 신한·전북·씨티·KDB산업은행 등 네 곳이나 됐다. 특히 산업은행은 1~2등급에 무려 5.26%의 대출금리를 물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지난 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들어 세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시중금리도 다시 꿈틀대고 있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대출은 변동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 더 취약하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6등급 신용대출 기준 대부분의 은행이 가산금리를 기준금리의 2배 수준으로 책정한 반면 씨티은행은 무려 5배, KEB하나은행과 광주은행은 3배로 책정해 고금리 대출로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크 강화를 이유로 고신용자보다 중신용자에 대한 가산금리를 대폭 올린 것이다. 7~8등급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씨티은행은 가산금리를 기준금리의 5.9배, 산업은행은 4배로 책정했다.


대출금리는 은행들이 개별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가산금리를 결정하고 기준금리에 연동되는 시장금리를 더해 산정하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계층을 대상으로 금리 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목표마진이나 차주의 신용 상태를 감안하는 가산금리를 중·저신용자에게 더 높이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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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내년부터는 중신용자도 제2금융권으로 내몰려 가계부채 질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담보대출은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지만 신용대출의 경우 고신용자보다는 중신용자의 금리가 높아진다는 게 문제”라며 “은행권에서는 금리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내년에는 6등급 정도의 중신용자도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낮은 등급의 대출자들이 10%대 중반에서 20% 내외에 달하는 비은행이나 대부업체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경우 금리 차이가 두 배를 넘기 때문에 이자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저축은행의 경우 4등급을 대상으로 내주는 평균 대출금리도 18.3%에 육박할 정도다.

이 과정에서 중신용자에 대한 은행권의 거절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중신용자 중에는 신용정보가 부족한 이른바 ‘신파일러(thin-filer)’의 비중이 상당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중신용자 중 62.1%는 최근 3년간 금융권 대출 실적과 지난 2년간 신용카드 사용 실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중신용자 다수가 제2금융권으로 내몰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신용자 신용대출 금리 상승과 함께 소득·신용도 수준에 따라 대출 여건도 양극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9월까지 은행 고신용자(1~3등급) 대출 비중은 8.7%포인트 상승한 반면 중신용자(4∼6등급) 대출 비중은 6%포인트 급락했고 저신용자(7∼10등급) 대출 비중도 2.7%포인트 하락했다. 중·저신용자의 은행에 대한 접근성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뜻이다. 보통 6등급 이하는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워 새희망홀씨나 사잇돌대출과 같은 중금리 대출을 찾아야 한다.

은행권 전반적으로도 지난달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전달보다 0.14~0.27%포인트 상승하면서 5% 금리 시대가 곧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KEB하나은행은 4.86%, 케이뱅크 4.89%, 신한은행 4.21%였으며 KB국민은행(3.72%), 카카오뱅크(3.88%) 등은 3%대를 유지했다. BNK경남은행(5.15%), DGB대구은행(5.02%), 광주은행(6%), 전북은행(6.38%) 같은 지방은행들은 이미 5%를 넘어섰다.

한편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5년 고정 후 혼합)도 이날 기준 최대 4.8%를 기록해 조만간 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황정원·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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