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좀도둑 야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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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일본 열도를 들썩이게 했던 올림푸스 회계부정 사건이 터지자 배후에 야쿠자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언론들은 올림푸스 회계장부에서 약 3.760억엔이 누락된 정황이 발견됐다며 이중 절반가량이 최대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 구미에 유입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2006년 인터넷 기업 라이브도어의 분식회계 사건 당시에도 연루된 증권사 임원이 호텔에서 자상을 입은 채 발견되자 야쿠자의 청부살해설이 등장했다. 분식회계로 비자금을 챙기려는 기업들이야말로 야쿠자 자금세탁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야쿠자는 1990년대 들어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자 금융이나 건설 등에 진출하는 등 꾸준히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부실채권 정리업체나 인터넷 기업을 운영하고 파견업체를 만들어 건설현장 등에 근로자를 보내기도 했다. 세금이 적은 홍콩에서 금괴를 몰래 들여와 비싸게 되팔아 수익을 챙기는 등 세계 시장을 무대로 뛰는 글로벌 영업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야쿠자의 오랜 생존비결이 현대식 경영모델 덕택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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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존의 자금조달 방식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야쿠자들의 사업구조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젊은층의 외면으로 40세 이상 조직원이 74%나 차지하는 등 급속한 고령화도 고민거리다. 최근 폭력 사범이 줄어들고 특수사기로 적발된 조직원들이 급증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난해에는 17개 지방자치단체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약 18억엔이 부정 인출되는 사기사건이 발생했는데 여기에 야쿠자 조직 6곳이 동시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야마구치 구미의 내분도 연간 수천만 엔에 달하는 상납금 문제가 촉발했다는 관측이 높다.

야쿠자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면서 급기야 생계형 좀도둑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야쿠자 두목이 부하들과 함께 쇼핑센터에서 쌀과 수박을 훔치다 두목만 붙잡히는가 하면 연어 부화장에서 알을 훔치다 기소되기도 했다. 상납금을 채우지 못해 경찰에 자진해체를 신고하는 곳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야쿠자도 밥 벌어먹기 힘든 직업이라니 고령화의 파장은 영역을 가리지 않는가 보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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