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신년 인터뷰] 최문순 강원도지사 "北, 평창 참가 땐 한반도 해빙...해외 투자자·관광객 더 몰릴 것"

대담=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평창 올림픽이 북핵·미사일 등 정치·군사적 갈등 푸는 변곡점

남북 스포츠·문화 교류로 신뢰 쌓으면 북미관계도 긴장 풀릴 것

피겨 단일팀·공동 응원단 구성 필요...15일 北과 만나 다시 논의

대회 후 전기차 육성 등 '新강원전략' 본격화...北 산림녹화도 추진

최문순 강원도지사 /송은석기자최문순 강원도지사 /송은석기자


“평창동계올림픽이 남북관계의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풀려야 북미 수교(관계 정상화)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의 물꼬를 튼 최문순(62·사진) 강원도지사는 지난 2일 청와대 신년 오찬 직후 인근 찻집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인터뷰를 갖고 “이번에 남북관계를 풀지 못하면 한반도 정세는 위험한 상태가 오래가고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창올림픽(2월9~25일)과 평창패럴림픽(3월9~18일) 기간까지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해 북한의 참가를 끌어내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원도의회와 같이 요청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해 12월18일 중국 쿤밍에서 북한 문웅 4·25체육단 단장(차관급) 등을 만나 북한 참가를 제안했었고 다음날 남북유소년축구대회도 했다”고 설명했다. 최 지사는 당시 크루즈를 강원북부 원산항에 보내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문화공연단·고위급대표단을 태워 강릉항이나 속초항에 정박하면 숙박·경호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을 전하고 피겨단일팀과 공동응원단 구성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최 지사는 “오는 15일에는 중국 쿤밍에서 문 단장 등을 다시 만나 크루즈나 금강산 육로 등 이동방법과 선수단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 규모 등을 논의할 방침”이라며 “이날 프로축구단 강원FC와 4·25체육단 간 축구경기 등을 시작으로 6월 평양과 10월 춘천에서 유소년축구 순회경기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미 본토를 사정권으로 둔 핵단추가 책상에 있다”고 밝히자 ‘한미 간 틈새를 벌리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미국 당국 등에서 나오는 등 경계의 시각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최 지사는 ‘북한이 남북대화를 통해 한미동맹 관계 악화를 노린 심리전을 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한미동맹은 공고히 하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게 과제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북 핵·미사일로 인한 정치·군사적 긴장을 푸는 포인트이자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88 서울올림픽에 북한이 불참했는데 이번에 평화 올림픽을 만들어 관계개선의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온다고 바로 평화체제 구축이 이뤄진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남북 간에 대화하고 북미 간에 중재 역할을 해 한반도의 전쟁위험을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송은석기자최문순 강원도지사 /송은석기자


그러면서 MBC 사장 시절인 지난 2008년 2월 미국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을 주선했을 때 북한을 세 번 찾고 미국도 방문해 양측을 설득했던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는 “당시 동평양대극장에서 처음으로 미국 국기가 게양돼 북한 사람도 경례하고 미국 국가도 연주되는 게 세계에 중계됐다”며 “미국도 북한에 발을 딛지 못하다 들어가니 국익이 컸다”고 술회했다.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뒤 뉴욕필의 평양 시즌2 공연을 중재할 용의도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최 지사는 “스포츠·문화 등의 비정치적 교류부터 시작해 신뢰를 쌓아가면서 북미 간 대화도 이뤄지고 북 핵·미사일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김정일 위원장이 10만여평의 평양 사동공단 개발권을 4·25체육단과 남북체육교류협회에 줬는데 당시 MBC 퇴직금을 투자했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교류가 끊기고 권리도 없어져 날리기도 했던 씁쓸한 경험담도 털어놓으며 결코 낭만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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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지사는 “북 핵·미사일 이슈는 북미 간 풀어야 할 요소가 강하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는 김대중(DJ) 대통령이 빌 클린턴 대통령을 설득해 2000년 남북정상회담도 하고 북미 수교 직전까지 중재 역할을 했는데 그때를 참고해 소위 ‘패키지 딜(Package Deal·일괄 타결)로 나아가야 한다”며 “중국이 싫어할 수는 있고 북미 간 패키지 딜이 어려운 과제이지만 우리가 중심을 잡으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계속 압박 일변도로 갔는데 체제보장만 해주면 그들도 핵을 우길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DJ 때처럼 남북이 얘기해야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 있다”며 “남북관계가 나쁘면 한중은 물론이고 한일관계가 나빠지고 한미관계도 삐거덕거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 지사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한반도 정세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해외 지도자와 기업인·투자자·관광객들의 마음을 잡는 데 효과적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전쟁 우려를 들어 평창올림픽 불참 기류도 있었고 정상급이나 투자자·관광객들도 방한을 다소 주저했는데 북한이 참여해 정치·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 안심하고 방한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세계 유일의 분단도인 강원도에서 남북이 함께 올림픽에 참가하면 평화와 화해의 올림픽 정신을 극적으로 구현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도 북한 선수단 외에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 고위급이 왔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지도 못하고 푸대접해 그 이후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전력이 있었는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지사는 5G(5세대) 통신과 로봇, UHD TV, 자동통역, 자율주행차 등 한국의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과학기술을 보여줄 수 있는 평창올림픽의 경제 효과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의 첨단 기술력을 보여주고 국가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며 “북한이 참여하면 국내외에서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커져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북한에 이용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활용해 남북은 물론 미국까지 상호 ‘윈윈’ 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는 길이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최 지사는 “유럽 등에서는 패럴림픽에 대한 인기가 좋은데 우리는 그렇지 못해 아쉽다”며 “패럴림픽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로 하고 복지 강화 등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800만여명의 해외동포들도 고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많은 관심을 가져 한민족이 화합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활짝 웃었다.

평창올림픽 이후 행보에 대해서는 “일단 동계올림픽을 성공시키는 게 급선무”라면서도 철원 통일양묘장을 활용해 북한의 산림녹화에 나서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그는 “북한 산림이 헐벗어 홍수·가뭄에 취약해지고 농사에 지장이 초래된다”며 “강원도의 장점을 살려 연어 양식도 지원하고 추후 농업 현대화 지원도 하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이용과 금강산 관광 재개도 해야겠지만 상황을 봐가며 해야 한다는 뜻도 피력했다.

최 지사는 평창올림픽 이후 경제성장을 통한 삶의 질 개선, 해외 관광객 증대, 전기차를 비롯한 첨단 산업 활성화 등 ‘신(新)강원전략’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6월13일 지방선거에서의 3선 도전 계획에 대해서는 “아내가 확답을 안 주고 있다(웃음)”면서도 “강원도에서 여당이 도의회(자유한국당 37명, 더불어민주당 6명, 무소속 1명)에서 절대 불리하고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도 각각 한 명밖에 안 되지만 폭탄주로 소통하고 120도 인사법으로 돌파해왔다”고 말했다. 개헌에 대해서는 “특정 정파에 유불리한 게 아니어서 지방선거 전 국회에서 지방재정권과 입법발의권·인사권 등 지방분권을 대폭 강화한 개헌안을 통과시키고 지방선거일에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배지를 떼 기자에게 달아주며 “평창·강릉·정선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반드시 성공시킨 뒤 소주 한잔 하자”며 2시간여의 대화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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