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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염력’ 韓 히어로물, 그 어려운 걸 연상호 감독이 해냅니다

‘염력’은 연상호 감독이 어느 정도까지 설득력을 구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에 전무했던 ‘히어로물’이 연 감독의 손으로 탄생했다.

사진=NEW사진=NEW





영화 ‘염력’이 23일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선공개 됐다. ‘부산행’으로 참신함을 입증했던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다는 이유만으로 제작 때부터 영화계에서 많은 기대가 쏟아졌다. ‘염력’, 제목부터 끌어당기는 힘이 강렬하다.

‘염력’은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평범한 아빠 석헌(류승룡)이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 딸 루미(심은경)를 구하기 위해 염력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루미는 치킨집 창업에 성공한 청년 사장. 하지만 개발을 이유로 철거 위기를 맞고 저항하다가 함께 투쟁한 엄마가 사망하고 만다. 이후 가족 곁을 떠났던 아빠 신석헌이 돌아오고, 초능력으로 루미를 구출하려 한다.

루미와 인근 지역 주민들의 사연은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2009년 서울시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우리는 때때로 삶이 나락에 몰리는 처지에서 초월적 존재로부터의 ‘구원’을 외친다. 그것이 종교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고, ‘히어로’라는 가공의 인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연상호 감독은 우리 주위에서 나타날 법한 지극히 현실적인 사회 문제에 ‘히어로’라는 SF요소를 투입했다.

‘돼지의 왕’ ‘창’ ‘사이비’ ‘서울역’ ‘졸업반’ 등을 만든 애니메이터 연상호 감독답다. ‘염력’은 표현법에서 애니메이션의 특징이 묻어난다. 상황이 흐름에 따라 이어지는 시퀀스라기보다 개별 장면의 개성을 CG와 ‘나노 단위’로 살린 쇼트의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분명 실사영화를 보고 있는데 만화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스토리텔링이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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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력’은 누구나 상상은 해보지만 아무나 표현하지 못했던 ‘히어로’ 장르를 성공적으로 보여준다. 해외의 마블, DC 영화로만 봐왔던 CG 기술을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음을 희망적으로 제시했다.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종이컵을 구기고 라이터를 잡는 등 일상의 작은 초능력부터 최후에는 하늘을 날고 초인적인 강도의 펀치를 날리는 큰 능력치까지 다양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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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헌이 최후에 돋보이는 초능력 중 비행과 격파가 큰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일까. ‘슈퍼맨’의 기시감이 있기는 하다. 신석헌의 치솟는 비행 패턴과 속도, 묵직한 타격감이 어느 정도 유사하다. 이 가운데 ‘염력’의 주인공만이 가지는 매력은 ‘정겨움’과 ‘유머’다. 신석헌이 초능력을 구사하는 결정적인 순간은 딸 루미를 위해서다. 초능력에서 부성애가 주는 뭉클함이 있다. 여기에 류승룡 특유의 따스하고 친근한 유머감각이 매력을 한층 더한다.

류승룡은 신석헌 캐릭터를 위해 12kg 증량을 하면서 보다 ‘아빠스러움’에 도달하도록 망가짐을 불사했다. 평범함과 비범함의 균형을 갖추면서 직관적인 애드리브와 너스레, 액션까지 고루 신경 썼다. 심은경은 강한 생활력과 당차고 성숙한 신루미 역으로 류승룡과 ‘부녀케미’를 잘 맞췄다. 박정민은 순수한 열정과 바른 신념을 지닌 김정현 역으로 루미를 지원하면서 공부 외에는 허당이기도 한 흥미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지난해 ‘군함도’에서 친일파 악역 연기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김민재는 ‘염력’에서도 민사장 역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루미를 위협할 때는 악독하다가도 홍상무 앞에서는 꼼짝 못하는 측은한 캐릭터다. 정유미는 특유의 해맑음으로 ‘상큼한 악역’ 홍상무로 변신, 신스틸을 한다.

‘부산행’의 흥행은 곧 또 다른 기회였다. 매번 새로운 시도를 추구했던 연상호 감독은 한국형 SF 블록버스터 코미디 히어로물 ‘염력’을 내놓았다. 매력적인 캐릭터, 손색없는 시각화, 따스한 메시지 3박자를 갖추고 한국형 히어로물 탄생의 가능성을 개척했다. 1월 31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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