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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4강 신화 쓴 정현] 타이브레이크 지배자, 브레이크는 없다

듀스 상황서 5전 전승

강철 멘탈·스트로크 자신감 증명

5년간 차근차근 서브·포핸드 보완

세계 테니스 중심으로 자리매김

외신 "인터뷰 매너도 월드클래스"

정현이 24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준준결승에서 미국의 테니스 샌드그렌을 3대0으로 완파,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룬 뒤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우러르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멜버른=EPA연합뉴스정현이 24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준준결승에서 미국의 테니스 샌드그렌을 3대0으로 완파,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룬 뒤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우러르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멜버른=EPA연합뉴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정현(22·삼성증권) 본인의 말처럼 그는 아직 할 일이 많다. 호주오픈 16강과 8강을 모두 세트스코어 3대0으로 마쳐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 더 멀리 보면 그는 이제야 스물두 살이다. 이 기세로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가늠조차 어렵다.

정현이 이처럼 월드클래스로 발돋움한 원동력을 코트 안에서 찾자면 타이 브레이크 상황에서의 대담한 플레이를 꼽을 수 있다. 타이 브레이크는 게임 스코어 6대6일 때 적용된다. 12포인트 중 7포인트를 먼저 얻은 선수가 그 세트를 가져간다. 포인트가 6대6이 되면 2포인트 차이가 날 때까지 계속 겨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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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살얼음 승부가 계속되는 타이 브레이크에서 정현은 24일 8강전 포함, 이번 대회 5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테니스 샌드그렌(미국)과의 8강에서는 1세트 6대4 승리 이후 2세트에 타이 브레이크를 맞았다. 게임 스코어 2대0으로 앞서다 서브 게임을 두 차례나 브레이크 당해 게임 스코어 3대5로 끌려갔다. 정현은 그러나 곧바로 샌드그렌의 서브 게임을 빼앗아 타이 브레이크를 만들었고 4대5에서 연속 3포인트를 따내 기어이 2세트를 챙겼다. 타이 브레이크 포인트 2대2에서 나온 절묘한 백핸드 발리 위너가 압권이었다. 고비를 넘긴 정현은 3세트 게임 스코어 2대1에서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6대3으로 결국 비교적 손쉽게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정현은 전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의 16강에서도 두 차례 타이 브레이크를 모두 따냈고 3회전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와의 3회전에서 역시 2세트를 타이 브레이크 끝에 따냈다. 세트 스코어 3대2의 접전 끝 승리에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2회전 다닐 메드베데프(53위·러시아)를 3대0으로 돌려세운 것도 1세트 타이 브레이크를 잡아낸 덕분이었다. 타이 브레이크 5전 전승은 피 말리는 상황에서 발휘되는 남다른 멘탈과 자신의 스트로크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기대하기 힘든 기록이다. 서브 2개씩을 돌아가며 넣게 되기 때문에 그 2개를 모두 성공할 수 있는 집중력 역시 요구된다. 매 포인트가 결정적인 포인트이기 때문에 역시 ‘강철 멘탈’이 가장 요구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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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포츠팬들은 정현에 대해 “테니스 실력만큼 세리머니와 인터뷰 매너도 월드클래스”라고 칭찬하고 있다. 16강전 승리 뒤 중계 카메라 렌즈에 ‘캡틴! 보고있나’라고 적어 옛 스승인 김일순 감독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이날은 ‘충 온 파이어(Chung on fire)’라고 적었다. 정현의 성 ‘정’을 일부 외국인은 ‘충’으로 읽는다. ‘온 파이어’는 완전히 불붙었다는 뜻. 절정의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정현은 이날 경기 뒤 인터뷰에서 “3세트 막판에 세리머니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여유가 없어지고 말았지만 어떻게든 실수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관중석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단식에서 준우승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정현은 5년 동안 차근차근 약점을 지워가며 마침내 세계 테니스의 중심에 우뚝 섰다. 그는 한때 서브와 포핸드가 약점으로 지적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약점이 극복하기 힘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정현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때로 메이저대회를 건너뛰면서까지 눈앞의 목표보다 큰 그림을 보고 하나씩 다듬었고 이런 과정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도 길렀다. 이제 막 시즌 첫 메이저대회를 치르고 있지만 정현의 거침없는 질주는 올해 세계 테니스계 전체를 관통하는 관전 포인트라는 얘기가 벌써 나오고 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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