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으로 KRX300지수가 신설됨에 따라 KTOP30·KRX100이 ‘유령지수’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다음달 5일 KRX300 출시를 앞두고 기관들이 ‘지수 갈아타기’ 차원에서 KTOP30·KRX100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7%(30.45포인트) 하락한 2,567.74에 장을 마쳤다. 전날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600선을 넘어서며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하루 만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
코스피지수 하락을 이끈 것은 기관이다. 기관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450억원을 매도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도 전일 대비 0.66%(6.09포인트) 하락했는데 기관의 코스닥 시장 순매도 금액은 2,525억원으로 코스피 시장보다 많았다. 올해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6,311억원을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지만 기관은 이날까지 4,490억원을 팔아치우며 시장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기관은 올해 들어 특히 국내 증시의 대표 지수인 코스피200 관련 상품 위주로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9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합쳐 기관 순매도 최상위 종목은 ‘미래에셋 TIGER 200 ETF(3,681억원)’와 ‘삼성 KODEX 200 ETF(3,169억원)’였다. 코스피 상승에 따라 차익 실현을 한 측면도 있지만 KRX300지수의 출시를 앞두고 기관이 한발 앞서 지수 관련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정책 추진으로 거래소는 KRX300 출시와 함께 상반기 안에 관련 ETF와 선물 상품을 발표할 예정이라 시장에서는 해당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지수 상품 중에서도 KRX300에 앞서 코스피·코스닥 종목을 합쳐서 만들어진 KTOP30과 KRX100지수 관련 상품의 기관 매도량이 많았다. 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들은 ‘미래에셋 TIGER KTOP30’ 종목에 대해 올해 들어 3거래일을 제외하고 전부 순매도를 했다. 다른 관련 상품인 ‘삼성 KODEX KTOP30’과 ‘KRX100 ETF’ 상품에서도 기관은 매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해당 지수의 성격상 KRX300과 차이점이 거의 없어 유령 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관이 KRX300 출시 전에 관련 종목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기관의 지수 상품 매도 물량이 늘어날 경우 KRX300지수가 자리 잡을 때까지 전체 시장 하락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KRX300이 출시돼도 당장 시장의 핵심 벤치마크지수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 기대감에 KRX300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지수가 발표돼도 수혜는 코스닥150지수가 더 많이 받게 될 것”이라며 “KRX300지수가 시장에 정착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KRX300이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기관의 코스피200·코스닥150 관련 상품 매도 물량이 늘어날 경우 전체 시장의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날 거래소는 KRX300 지수에 포함되는 종목을 발표했다. KRX300에는 코스피 237종목, 코스닥 68종목이 포함됐다. 코스피는 종목 수 기준 77.7%, 시가총액 기준 91.1%를 차지하고 코스닥은 종목 수 기준 22.3%, 시가총액 기준 8.9%를 차지한다. KRX300 구성 종목이 유가 및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유가 92.7%, 코스닥 44.7%, 전체 84.7%로 나타났다. 코스닥에서는 주로 헬스케어(21종목, 6.1%)와 정보기술·통신서비스(23종목, 1.4%) 산업군에서 많이 선정됐다. 특히 KRX300 내 헬스케어 비중(8.6%)에서 코스닥 헬스케어 비중이 6.1%를 차지하는 등 코스닥 바이오 강세가 지수에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