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계륵' 와이브로 내년 막 내리나

토종 통신기술로 각광받았지만

이용자 수 1년새 23만명 급감

트래픽 LTE 300분의 1도 안돼

정부 내년 3월 주파수 회수 추진

이통사 서비스 중단 출구전략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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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와이브로(WiBro)가 이용자 및 관련 사업자들의 외면으로 내년 초에 서비스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와이브로는 지난 2002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 등이 힘을 모아 개발한 무선 인터넷 기술이지만 이제는 LTE(롱텀에볼루션)에 밀려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와이브로망에서 발생한 데이터 트래픽은 947테라바이트(1TB=1,024GB)로 관련 통계 집계 후 처음으로 1,000TB 밑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LTE 데이터 트래픽이 31만3,642 TB인 것을 감안하면 300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친다.


와이브로 이용자 수도 지난 연말 35만6,519명으로 1년 사이에 20만명 이상 줄어드는 등 가입자 이탈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이 활성화된 지난 2012년 가입자 수 105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3년 99만명, 2014년 87만명, 2015년 78만 명 등 이용자 수가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 2007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파총회에서 3세대 이동통신을 위한 국제표준 기술로 채택되는 등 차세대 기술로 대접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란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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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브로의 실패는 기술적 약점 외에 초기 시장 선점에 실패하면서 범용성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가 크다. 와이브로는 음성통신을 지원하지 않는데다 LTE 상용화 이후에는 단말기 제조사들이 와이브로 통신칩이 없는 스마트폰을 주로 내놓아 ‘에그’와 같이 와이파이 변환 장치를 별도로 갖고 다녀야만 이용할 수 있다. 품질 또한 좋지 못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와이브로의 다운로드 속도는 9.2Mbps에 불과해 LTE(120Mbps)의 10분의 1 수준도 안되며 3G(5.6Mbps)와 비교하더라도 조금 빠른 수준에 불과하다.

이통사들에게도 와이브로 가입자들은 부담이다. 와이브로 때문에 특정 주파수 대역을 활용 못하는 데다 망 유지 비용 등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탓이다. 이 때문에 KT는 와이브로 이용자가 LTE 에그로 전환할 경우 13만2,000원 가량의 요금 할인 및 100GB 상당의 추가 데이터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이는 등 와이브로 가입자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 또한 현재 사용 중인 와이브로용 2.3GHz 대역 주파수 일부를 LTE 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을 검토 중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와이브로 주파수 대역의 활용방안과 관련해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의견을 받고 있다”며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의견 수렴이 완료되고 그 후 한 달 정도 뒤에 와이브로 서비스에 대한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SK텔레콤은 27㎒, KT는 30㎒ 대역폭을 각각 와이브로용으로 할당받은 상태로 정부는 이 중 40㎒ 폭을 내년 3월에 회수할 예정이다. 다만 가입자 보호가 중요한 만큼 사업자들과 충분한 의견 교환을 통해 회수된 주파수 활용방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이통사들은 40㎒ 상당의 와이브로용 주파수를 반납할 경우 남은 대역만으로는 정상적인 서비스가 힘들다는 이유로 와이브로 중단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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