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1조 파는 뉴발란스, 이랜드 떠나나

美 본사, 韓 시장 직접 진출 추진

국내 패션업체 출신 법인장 내정

이랜드 담당 직원 스카웃도 노려

이랜드 “성공 가능성 낮다” 방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패션의 완성이라고 불렀던 ‘뉴발란스’ 브랜드가 이랜드를 떠난다. 미국 본사에서 한국 시장 직진출이란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스포츠 패션 브랜드인 뉴발란스는 한국과 중국에서 1조 원의 매출을 올리며 이랜드 그룹 패션사업의 1등 공신으로 여겨져 온 만큼 브랜드 전개권이 미국 본사로 넘어갈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패션 업계 분석이다. 이랜드 그룹은 전사적으로 미국 본사를 설득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미국 본사의 전략의 변화를 줄지는 의문이다. 물론 한국 시장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본사의 직접 진출 성공 가능성을 패션업계에서는 높게 전망하지 않는다.


11일 패션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뉴발란스 미국 본사인 ‘뉴발란스 애슬레틱스 슈즈’는 지난 달 한국 직접 진출을 사실상 확정하고 국내 패션업체 출신을 법인장으로 내정해 시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뉴발란스가 유독 높은 성과를 보이면서 미국 본사에서 깊은 관심을 보였다”면서 “본사에서는 이랜드 그룹 내 뉴발란스 담당 직원 일부도 스카웃 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뉴발란스 한국 법인 내정자는 현재 운동화와 스포츠 의류에서 선전하는 뉴발란스 포지셔닝에 맞춰 제화와 캐주얼 의류업체를 두루 거친 인물로 알려졌다.


뉴발란스 본사와 이랜드는 2009년 말 한국시장에서는 브랜드 전개권을 중국시장에서는 베이징과 상해 등 10개 도시에 독점 판매권 계약을 맺었으며, 기한은 2020년 12월 31일까지다. 다만 뉴발란스 본사는 2017년 지분 50%씩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자고 제안하며 한국 시장 직접 진출 의지를 보인바 있다. 브랜드 전개권 계약에 대해서는 2018년 9월부터 조건 변경을 논의할 수 있다. 양사는 2년째 조인트 벤처 설립을 논의했으나 디자인 결정권한이나 중국내 판매권 확대 등을 놓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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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본사가 직진출에 욕심을 내는 것은 매출이 예상보다 급성장 했기 때문이다. 2009년 650억 원에 불과하던 국내 뉴발란스 매출은 이랜드가 브랜드 전개권을 보유한 후 급성장해 2011년 3,000억 원을 넘겼고 2017년에는 4,800억 원에 달한다. 중국 매출과 합치면 1조 원을 넘는다.

뉴발란스는 국내에서 성공했지만 미국 본사가 가져가는 로열티는 2016년 4,600억 원의 매출에 대해 약 5.9%인 270억 원 정도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이랜드가 뉴발란스를 뺏기게 되면 그룹 재무에 미치는 타격이 크고 이는 현재 추진하는 1조 원의 자금 유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도 이랜드 월드는 지난 6일 이랜드 해외 법인이 출자해 운영자금 목적으로 1,000억 원을 증자하는 등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랜드 측은 뉴발란스의 직접 진출 가능성이 낮다고 반박했다. 이랜드 그룹 관계자는 “직접 진출할 경우 그 동안 우리가 쌓은 자산을 평가해 사가는 형식이 될 것”이라면서도 “뉴발란스에서 직접 진출 시 성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현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랜드 그룹이 뉴발란스 이전 브랜드 전개권을 맺었던 퓨마는 이랜드가 성공시키자 직접 진출했으나 이후 성과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임세원·박시진·변수연기자 why@sedaily.com

뉴발란스 홍대 팝업 스토어./사진제공=뉴발란스뉴발란스 홍대 팝업 스토어./사진제공=뉴발란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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