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은 시인 때문에 난감한 서울시

서울도서관에 '만인의 방' 조성

시인 성추행 논란으로 항의 전화

"추이 지켜본 뒤 존속여부 결정"

고은 시인이 지난해 11월21일 서울도서관 3층 서울기록문화관에서 열린 ‘만인의 방’ 개관식에 참석해 본인의 서재를 재현한 공간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고은 시인이 지난해 11월21일 서울도서관 3층 서울기록문화관에서 열린 ‘만인의 방’ 개관식에 참석해 본인의 서재를 재현한 공간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인 고은 시인에 대한 성희롱·성추문 폭로가 터져 나오자 지난해 그와 관련한 기념 공간을 조성한 서울시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고은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서울도서관 3층에 ‘만인의 방’을 만들었다. ‘만인의 방’은 고은 시인이 25년간 대표작 ‘만인보’(萬人譜)를 집필했던 ‘안성서재’를 재현한 곳과 기획전시 공간 등으로 꾸며졌다. 서울시가 ‘3·1운동 100주년’이자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인 2019년을 앞두고 시작한 6대 랜드마크 조성 사업 가운데 첫 작품이다.

이곳은 개장 이후 평일 하루 10~15명, 주말에는 30여명이 방문하는 등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고은 시인이 과거 후배 문학인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서울시와 서울도서관이 고민에 빠졌다. ★본지 2월7일자 29면 참조

관련기사



이번 논란이 불거진 후 서울도서관에는 ‘만인의 방’과 관련한 시민의 문의나 항의 전화가 여러 통 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교과서에 실린 고은 시인의 작품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도서관 관계자는 “‘만인의 방’은 ‘만인보’ 등장인물 가운데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해 3·1운동 100주년 기념 사업의 하나로 조성한 공간”이라며 “당장 이 공간을 없앨지 말지를 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일단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만인의 방’이 당장 없어지지는 않더라도 이곳과 연계해 계획했던 각종 행사는 취소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 오는 4월 프랑스에서 ‘만인보’를 연구하던 교수가 서울을 찾아 고은 시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포럼이 예정돼 있지만 이번 일로 진행이 불투명하게 됐다. 또 ‘만인보’ 원고를 디지털 스캔해 온라인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구축하려는 계획도 당분간 진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김정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