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성소수자들 "신분증 볼까 화장실서 마주칠까 전전긍긍"

10회차 성소수자 인권포럼 연세대서 열려

화장실·신분증으로 성소수자 알려질까

숨어다니며 전전긍긍...동료 눈치 봐

"동료들 지지 간절...차별 아닌 연대를"



11일 제10회 성소수자 인권포럼이 열린 연세대학교 백양관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오지현기자11일 제10회 성소수자 인권포럼이 열린 연세대학교 백양관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오지현기자


#1. “회사에서 주민등록증 떨어뜨리면 어떡하지?”

20대 트랜스젠더 여성인 초희(가명)씨가 늘 안고 사는 고민이다. 초희씨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1’로 시작한다. 최악의 경우 아웃팅(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 때문에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먼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밝힐 수도 없다. 트집이 잡혀 회사 동료들에게 외면받을 것이란 두려움이 있어서다. 실제로 초희씨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행성인)’와의 인터뷰에서 “이판사판으로 일터에서 커밍아웃(스스로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밝히는 행위)했다가 입이 가벼운 동료가 알게 돼 먼저 퇴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2. “언제쯤 화장실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일하는 임씨는 10년 동안 단 한번도 탈의실을 직장 사람들과 공유한 적이 없다. 여성으로 보여지는 자신의 몸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다. 성소수자 노동자는 동료들은 아무 문제 없이 이용하는 화장실이나 탈의실 같은 기초적인 시설 사용 문제에서도 제약을 받고 있다. 소변을 참다가 방광염까지 앓는 경우도 있다. 임씨는 ‘나이를 더 먹으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수십여 년을 버텨왔지만 ‘성중립 화장실(성별로 이용대상을 이분화하지 않은 화장실)’ 설치는 요원하기만 하다. 50대 중반인 임씨는 화장실 문제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의 고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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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연세대학교 백양관에서 열린 ‘성소수자인권포럼’은 성소수자들이 일상 속에서 겪는 노동권과 건강권 차별을 스스럼없이 공유하고 토론하는 장이었다. 지난 2008년 ‘LGBT인권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시작을 연 뒤 올해로 10회째다. 일요일인데도 학교를 찾은 350여명의 참가자들은 강의실과 대강당을 오가며 부지런히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참석자들은 “일상 속 성소수자들과 트랜스젠더들이 겪는 고민을 이해할 수 있어 유익했고 인권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 김승섭 고려대 보건대학대 교수는 278명의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한 건강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4명 이상의 트랜스젠더가 자살 시도 경험이 있었다고 밝혔다. 트랜스젠더 문제의 당사자이기도 한 박한희 변호사도 패널로 참석해 “일본은 기준을 만족한 병원에 성전환 시술 비용을 70%까지 국가가 부담하는 건강보험을 적용할 예정”이라며 “우리 법무부는 2006년부터 3차례에 걸친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활동가 모리씨는 “성소수자들은 동료로부터 농담, 희화화, 혐오발언을 접했을 때 커밍아웃을 포기하게 된다”며 동료들이 정서적 지지기반이 되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나는 사회적 차별과 혐오가 실제 직장에서 성소수자의 불안을 만들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임씨는 “동료 한 명에게 커밍아웃하고 동료가 나를 받아줬을 때 속이 후련했다”며 “한 명의 동료가 보내는 지지가 정말 크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밝혔다.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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