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되는 세계 선박 발주 시장에서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올 들어 두 달여 간 따낸 계약만 10척, 12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수주 실적(30억달러)의 40%를 이미 채웠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이 올해 수주 목표액(55억달러)을 넘어 70억달러 규모의 수주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초에 주당 1만5,000원선이던 주식가격이 2만4,000원대로 60% 가까이 오른 사실만 봐도 대우조선을 보는 시장의 눈이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불과 10개월 전만 해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공적자금 지원을 호소한 일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대우조선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실적을 쌓아 올리고 있다. 대우조선이 올해 따낸 수주 선박 10척 가운데 4척이 LNG선이다. LNG선의 척당 가격은 1억8,000만 달러(약 2,000억원) 이상으로 컨테이너선(1만3,00TEU 기준·1억700만달러)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8,300만달러)보다 높다. 배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건조 후 이익도 많이 남는다. LNG선의 평균 건조 마진은 6~7%, 최대 8% 수준. 여러 척을 묶어 수주해야 3%가량 남는 컨테이너선의 두 배 이상 이익이 남는다. 대우조선은 이익률이 높은 LNG선 수주 잔액만 37척에 달한다. 1월 말 기준 전체 상선 수주잔량(63척)의 58.7%가 LNG선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현재 LNG선 수주 잔액만으로도 대우조선이 7,3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은 독자적인 LNG선 화물창(저장탱크) 설계 기술인 ‘솔리더스’로 프랑스 GTT사가 독점한 화물창 설계 시장의 질서를 바꾸고 있다. 업계는 대우조선이 솔리더스 기술을 이용해 자체 제작하는 LNG선의 로열티 지출을 줄이는 데 더해 건조기간까지 단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LNG 시장은 ‘투기 발주’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 LNG선 시장에서 대우조선의 화물창 기술이 적용될 경우 수주 경쟁력이 한층 더 높아지는 것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세계 시장에서 예상되는 LNG선 발주량 30~45척 가운데 대우조선이 3분의1 또는 절반 정도를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대우조선이 선박 수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데는 혹독한 자구책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한 효과도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8월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통해 2,200%에 달하던 부채비율을 200% 수준으로 낮췄다. 지난해 거제도 호텔과 급식을 담당한 자회사 웰리브(650억원)와 당산빌딩(325억원), 마곡부지(116억원) 등의 자산매각도 단행했다. 여기에 산업은행 등이 지원한 공적자금도 최대 2조원 넘게 남아 있다. 단기적인 재무안정성이 높아 수주 시장에서 위축되지 않고 활동을 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