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머니+ 금리인상기 투자 어떻게] 글로벌 '중속 성장' 시대 돌입…상반기엔 신흥국 펀드 노려볼만

올 해외주식형펀드 수익률 브라질·베트남·러 상위권

달러약세·유가상승·경기호조 맞물려 증시 랠리 영향

하반기 美中 무역분쟁·선진국 긴축 정책 등은 유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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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들에겐 은퇴자금의 절반 이상을 이머징 주식시장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있다.”


대표적인 증시 비관론자로 미국의 투자회사 GMO 창업자인 제레미 그랜섬이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의 내용이다. 그는 “이머징 시장은 10년간 매년 4.5%의 실질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라며 “당신의 직장과 사업 리스크가 감당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최대한 많은 자금을 신흥시장에 투자하라”고 말했다. 이어 “740억달러 자산을 운용하는 GMO는 향후 7년간 이머징 주식시장이 전체 수익률을 이끌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랜섬은 1980년대 일본 증시와 부동산 버블, 1990년대 말과 2000년 초에 걸친 닷컴버블 등을 예견해 명성을 떨쳤다.

미국 금리 상승에 따라 신흥국들의 시장금리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여전히 상반기에는 예·적금, 채권 등 안전자산보다 신흥국 주식·펀드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리 인상이 예고돼 예·적금의 수요는 어느 정도 늘어나겠지만 아직 기준금리가 충분히 오르지 않아 상반기에는 신흥국 주식과 이와 관련된 펀드가 투자처로 부각될 전망이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 된 저성장 시대가 끝나고 글로벌 ‘중속(中速) 성장’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인도, 베트남,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의 주식과 관련 펀드는 투자처로서 매력을 가진다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도 달러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며 지난해 신흥국으로의 자금 흐름이 순유입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센터는 국제금융협회(IIF)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2015년과 2016년 신흥국에서 각각 7,000억 달러와 5,950억 달러가 순유출됐으나 지난해 30억 달러가 순유입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260억 달러까지 순유입폭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해 신중한 낙관론을 고수했다.

신흥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증시 강세는 기관투자자들의 수익률 상승을 이끌었고 이제 그들의 관심은 신흥국 주식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는 상대적으로 선진국보다 신흥국의 매력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세계 경기 확장 국면에서 신흥국과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차이가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 물가상승으로 인한 달러 약세는 신흥국 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신흥국 증시의 활황에 힘입어 신흥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도 이를 입증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해외 주식형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신흥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곳은 브라질펀드로 12.35%를 기록했고 베트남 주식펀드(10.11%)와 러시아 주식펀드(10.04%)가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유럽신흥국(9.43%), 남미신흥국(11.10%), 글로벌 신흥국(9.28%) 등 신흥국 주식을 주요 포트폴리오로 구성한 펀드도 강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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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브라질 펀드(러브펀드) 강세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러브펀드는 10% 중반대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 유가 강세와 함께 본격적으로 상승 기조를 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러시아 주식펀드도 3개월 전에 비해 최근 수익률이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 개별 상품별로는 중국 주식펀드인 한화ARIRANG합성-HSCEI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가 연초 이후 31.16% 수익률을 기록해 가장 성적이 좋았다.

신흥국 펀드 강세는 새해 들어 달러 약세와 유가 상승, 경기 호조가 이어지며 신흥국 증시가 랠리를 펼친 결과로 풀이된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이란 반정부 시위 등 지정학적 요인과 한파로 원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연초 이후 유가의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며 “이에 브라질, 러시아 등 자원 부국이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올해 신흥국 시장이 견조한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베어링자산운용은 지난 6일 발표한 ‘2018 투자트렌드’ 보고서에서 “신흥국 통화 가치는 여전히 매력적이며 금리 수준은 선진시장에 비해 높다”라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14일 내놓은 ‘2018 기관투자자 투자트렌드’ 보고서에서 “선진국 증시 강세는 기관투자자들의 수익률 상승을 이끌었고 이제 그들의 관심은 신흥국 주식으로 옮겨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신흥국 시장을 좋게 보고 있기 때문에 신흥국 주식 비중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신흥국 통화가치가 떨어지게 된다”며 “매력적인 통화 가치와 더불어 통제 가능한 인플레이션이 신흥국 주식 비중 확대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맹신은 금물이다. 대내외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급변할 수 있는 신흥국 증시의 특성과 아직 재무제표 투명성이 완전히 자리 잡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무작정 수익률에만 기댄 묻지마 투자는 삼가야 한다. 베트남 펀드는 2007년 초 VN지수가 1,170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점을 찍었지만 불과 2년 만에 5분의 1로 폭락한 경험이 있다. 중국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온몸으로 경험했다. 어떤 경우에도 분산투자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흥국 투자 시점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완만한 금리 인상기 속에서 상반기엔 신흥국 투자 전략이 유효하지만 하반기부터 미중 무역 분쟁 가능성, 선진국의 긴축 정책 등의 변수가 투자 수익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다 보수적 투자로 전환할 필요성도 열려있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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