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신흥국 채권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는 꺼려지고 은행 금리는 성에 차지 않는 투자자들이 신흥국 채권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특히 연 10%에 달하는 이자를 제공하는 브라질 국채에 대한 인기는 외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주요 증권사 4곳(미래에셋대우·KB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이 리테일 망을 통해 판매한 브라질 채권은 약 2,450억 원어치다. 이는 지난해 판매금액 대비 1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브라질 국채의 매력은 금리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기예금 1년 금리가 2% 내외에 머문 데 비해 브라질 국채는 표면금리가 연 10%다. 은행 예적금과 비교해 투자 기간 대비 지급되는 이자(쿠폰)가 높기 때문에 꾸준하게 투자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브라질 국채는 10%에 달하는 이자 수익 외에도 비과세 혜택도 인기의 요인이다. 현재 브라질 채권 투자로 발생하는 이자 소득과 매매 차익, 환차익에 대해서는 한도 없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브라질 경제 상황도 양호하다. 브라질의 주요 수출품인 원유, 커피,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무역 수지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채권의 또다른 투자 포인트는 환율이다. 브라질 국채는 해외시장에서 매매와 결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투자한 자금은 해당 금융사, 외국환은행에서 브라질 통화(헤알화)로 환전한 뒤 채권을 매수하게 된다. 브라질 통화로 채권에 대한 원금과 이자가 지급된 후 다시 원화로 환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화 강세가 진정될 것이란 기대도 신흥국 채권 투자에는 호재다. 헤알화 환율은 지난해 초 378원대에서 지난달 2일 기준 320.11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초 브라질 국채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1년 사이 그 가치가 20% 가까이 깎인 셈이다.
하지만 연초 이후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5%가량 절하되고 헤알화는 1.3% 절상되면서 원화 대비 헤알화 가치는 소폭 올랐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달 금리 인상을 한다는 점도 원화의 추가 강세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한 증권사 해외 상품 관계자는 “여전히 시장에는 브라질 채권만큼 쿠폰을 주는 상품이 없어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원화 강세도 진정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신흥국 투자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여전히 VIP 중심으로 브라질 등 신흥국 채권 마케팅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금리 수익을 노리고 자녀들 명의로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브라질의 정치 상황은 우려할 만한 요소다. 지난 22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한 단계 낮췄다. 만성적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연금 개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10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