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깜짝 실적·조직 활력..'孫힘' 아래 생기돋는 우리銀

올 두달 성적 다른 은행 압도

'3C-111' 조직문화 캠페인

채용비리 짙은 얼룩 벗겨내

손행장, 올 목표 공격적 책정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최근 임원들과 가진 경영전략회의를 1시간도 채 안돼 끝냈다. 평소 같으면 최소 1~2시간은 기본으로 걸리던 회의였지만 이날은 50분도 안돼 ‘짧게’ 마무리됐다.


손 행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3C-111’ 캠페인 영향이다. ‘3C’는 소통(communicative), 창의와 혁신(creative), 간소화(compact)를 뜻하고 숫자 ‘111’은 ‘회의 자료는 1장 이내(ONE paper), 1시간 이내 회의(ONE hour), 1일 이내 피드백(ONE day)’을 뜻한다.

우리은행 조직에 빠르게 생기가 돌고 있다. 지난해 채용비리 의혹으로 타격을 받은 우리은행이 소생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를 뒤로하고 예상보다 빨리 안정되고 있다.

중심에는 손 행장이 자리하고 있다. 손 행장은 기존의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회의 문화부터 바꿨다. 회의를 할 때는 누구나 동등한 발언권을 주고 ‘우리 일이 아니야’ 또는 ‘시키는 대로 해’ 같은 부정적인 표현은 금지어로 정했다. 회의 시간도 단축했다. 가장 핵심은 회의 자료를 1장 이내로 축소시킨 것이다.


임원회의를 위해 직원들은 관련 자료를 만드느라 허덕였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회의문화가 수십년 그대로 이어져 온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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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시간을 줄이고 준비해야 할 서류가 줄어드니 직원들이 ‘으쌰으쌰’ 신이 났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111 캠페인이 힘들긴 하지만 회의 시간에 소통도 잘 되고 서류 만드는 시간에 다른 업무를 할 수 있어 훨씬 효율적인 것 같다”고 반겼다.

그나마 다행이었을까. 다른 은행보다 먼저 채용비리 의혹을 받으며 매를 맞는 바람에 경쟁 은행들이 비슷한 의혹으로 영업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는 반면 우리은행은 이미 조직을 세팅하고 올 초부터 공격영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조직이 살아나는 것은 수치로도 조금씩 확인된다.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우리은행이 내부적으로 분석한 실적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의 성장세는 중소기업 대출 실적을 바탕으로 타 은행을 압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는 이날 종가기준 1만5,450원인 주가가 머지않아 2배 수준인 3만원까지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 증권사에서는 우리은행의 1·4분기 실적이 지난해 설정해 놓은 목표치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여신 목표를 전년보다 9% 늘어난 6조5,000억원 순증으로 공격적으로 책정했다. NH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를 대비해 지난해 4·4분기에 금호타이어 충당금 2,250억원 등 일회성 비용을 선제적으로 반영했다”며 “저원가성 예금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안정적 이익 증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내친김에 손 행장은 보고체계도 바꿨다. 손 행장은 “임직원과 서면보고를 하면 행장과의 소통기회가 줄어들고 반대로 대면보고를 하면 행장실 앞에 길게 줄을 서야 해 허비하는 시간이 많아진다”며 “고민 끝에 서면보고와 대면보고의 절충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OO그룹은 수요일 오전10시’라는 식으로 직접 보고하는 시간을 정해놓되 그 외에는 서면보고로 대체하도록 해 예측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였다. 지난해 12월 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했던 약속들도 하나하나 줄을 쳐가며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이런 모습에 임직원들은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다.

더 파격적인 것은 온라인 소통채널인 ‘최고경영자(CEO) 우리광장’을 ‘우리 투게더 광장’으로 개편하고 우리신문고, 칭찬코너, 호프데이 신청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신설했다. 제도개선이 필요하거나 건의사항이 있으면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리고 다 같이 논의하는 장인 셈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손 행장이 직접 조회 수가 많은 글에 댓글을 달 정도로 관심이 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본부부서 피드백이 필요한 경우 3일 이내 답변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은행장 일일 지점장’ 제도를 만들어 영업점 직원들과 티타임을 가지며 업무수행 및 애로사항을 직접 듣는다.

조직이 유연해지다 보니 이제는 휴가도 눈치 보지 않고 쓰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고 초등생 자녀를 둔 직원은 유연근무제를 통해 아이 등교 후 출근할 수 있어 이전보다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우리은행은 창립 119주년을 맞는다. 손 행장의 차량번호는 ‘2018년 고객 1등, 주주 1등, 직원 1등’이라는 의미를 담아 8111로 달았다. 손 행장은 “소통과 화합을 바탕으로 인사·영업·문화 부문에서 혁신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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