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금연 열풍 타고…비아그라 넘어선 챔픽스

작년 글로벌 매출 10억달러 코앞

국내 판매도 전년 대비 33% '쑥'

우울증·악몽 등 부작용 논란에도

대규모 임상시험 통해 상황 돌파

1315A17 챔픽스




금연치료보조제 ‘챔픽스’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인허가를 통과해 처음 등장했던 2006년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5년 안에 연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되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미국 월가의 몇몇 유력 투자자들은 “뇌 속 신경물질의 작용을 통해 흡연 욕구를 떨어뜨리는 약물은 이미 시장에 존재한다. 니코틴 패치 등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며 많이 팔아봤자 연 5억 달러가 최고치”라고 전망했다. 12년이 지난 현재 그 의견들 모두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챔픽스는 예상보다 2배 넘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꾸준히 성장한 끝에 마침내 10억 달러 고지에 도달했다. 국내에서의 성장세는 특히 놀라워 금연을 결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글로벌 ‘금연’ 열풍에 10년 만에 맺은 과실=12일 화이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챔픽스의 글로벌 매출액은 9억9,800만달러로 연 매출 ‘빌리언 달러(10억 달러)’를 코앞에 뒀다. 글로벌 제약업계는 통상 연매출 10억 달러가 넘는 단일 의약품을 일컬어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라 칭한다. 특히 챔픽스의 지난해 4·4분기 글로벌 매출액은 2억7,100만달러를 기록해 발기부전 치료제로 유명한 ‘비아그라’의 같은 기간 매출(약 2억 달러)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챔픽스의 성장은 국내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 등에 따르면 지난해 챔픽스의 국내 매출은 649억원으로 전년 동기 487억원 대비 33.2% 성장했다. 2014년의 매출액이 50억원 규모인 점과 비교하면 불과 4년 만에 약 13배 급증했다. 금연치료보조제 시장의 성장은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금연 열풍과 관련이 깊다. 글로벌 기업과 각국 정부가 흡연자를 지원하기 위한 각종 금연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중이며, 이 같은 움직임을 통해 급격하게 시장이 확대된 대표적인 곳이 바로 한국이다. 우리 정부는 2015년부터 금연 치료 프로그램 지원을 강화해 12주짜리 금연 치료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하는 참가자의 본인 부담금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 금연치료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챔픽스는 정부의 금연 정책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부작용 논란 세계 최대 임상실험으로 정면 돌파=하지만 챔픽스의 성공은 단순히 금연 열풍과 정부 지원만으로 설명되기 힘들다. 실제 챔픽스는 2006년(국내는 2007년) 첫 등장했지만 이후 꽤 오랜 시간 침체기를 겪었다. 챔픽스는 출시 당시 대부분 금연보조제가 담배 대신 체내에 니코틴을 주입해 금연을 돕는 ‘니코틴 대체’ 제품이었던 것과 다르게 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직접 작용함으로써 니코틴 중독과 금단 증상을 해소하는 제품으로 주목받았지만, 이미 시장에는 비슷한 ‘비니코틴 제제’가 출시돼 있었다. 챔픽스가 최초의 ‘혁신 신약(First-in-class)’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부작용 논란이 거셌다. 챔픽스를 복용할 경우 자살 충동이나 악몽, 불안감 등 여러 신경병적 이상 반응에 시달릴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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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는 전세계 16개국, 8,144명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비교 임상시험을 실시한 끝에 비로소 상황을 반전시켰다. ‘이글스(EAGLES)’로 이름 붙여진 임상시험은 챔픽스와 다른 금연보조제 등을 직접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2016년 4월 금연 효과는 다른 제품 대비 10% 이상 높지만 부작용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졌다. FDA는 연구 결과를 받아들여 챔픽스의 제품 설명서에 ‘심각한 신경정신학적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내용의 블랙박스 경고문을 삭제했다. 매출 역시 2016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화이자 측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챔픽스를 비롯한 금연보조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챔픽스의 국내 물질특허가 올해 11월 만료될 것으로 보여 복제약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화이자 측은 “특허를 2020년까지 연장한 상황이며 챔픽스의 권리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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