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남북경협 결제...'개성페이' 검토

정부, 대북제재 완화 전제로 추진

임금 지정된 원화계좌에 넣어 사용

정부가 대북 제재 완화를 전제로 개성공단 전용 결제 시스템인 이른바 ‘개성 페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에서 북한으로 넘어간 자금이 군사적 용도로 쓰이는 것을 막으면서 경제협력 효과는 내는 방식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3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완화되기 전에는 실익이 없어 무의미하다”면서도 “제재가 단계적으로 풀린다는 것을 전제로 개성공단 전용 결제 시스템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페이는 임대료와 임금 등을 지정된 원화 계좌에 넣으면 북한이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에서 비군사적 물품만 구입하도록 하는 체계다.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인 돈을 군사력 확대에 전용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개성공단의 경우 과거 가동 당시 임대료와 임금 등을 달러화로 지급하면서 북한이 이를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썼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개성페이는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남북교류협력 과정에서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막을 원화결제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이를 통해 경제협력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면서 부작용은 물론 불필요한 정쟁까지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을 내걸었다.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를 두고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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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페이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이란과의 거래와 비슷하다. 국내 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 계좌를 활용하는 것으로, 기업들이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할 때는 이 계좌에 원화를 입금하고 생필품과 가전제품을 이란에 수출하면 이 계좌에서 원화로 대금을 받는 식이다. 달러화를 사용하지 않는 우회로를 만들어 국제 금융 제재를 피하면서도 군사적 목적으로 원유수출 대금이 쓰이는 것을 막아 양국 간 거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진다. 미국은 이란의 유동자금 사용처를 통제하면서 인도적 차원의 교역은 허용하는 이 방식을 통해 협상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성식 의원이 제안한 내용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좋아지면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더라도 대북제재 완화와 경협 복원까지는 시간이 더 걸리는데다 여러 변수가 남아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경협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남북관계 진전과 발맞춰 신중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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