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朴정부 '노사정 대타협'도 적폐라니…

고용노동개혁委 조사결과 논란

보수단체 동원·외압 등 평가절하

노동개혁추진기구도 '비선' 규정

文정부 작년 양대지침 폐기 이어

“前 정권 고용정책 지우기” 지적

2915A32 고용노동개혁위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 정착 및 노동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 등 양대지침을 지난해 폐기한 데 이어 박근혜 정권의 업적으로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노동시장개혁마저도 보수청년단체 등을 동원하고 노동계에 외압을 행사해 거둔 성과 정도로 깎아내렸다. 이른바 적폐청산위원회가 노동개혁 자체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지난 정부의 고용노동 정책 흔적을 모두 지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28일 노동개혁 관련 외압 실태 등에 관한 조사 결과와 권고사항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 분야의 적폐청산위원회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기구로 출범해 올해 1월 고용노동 행정 관련 15개 조사과제를 선정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는 노동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고용부 차관 직속기구로 노동시장개혁 상황실을 설치했고 이 조직이 노동계에 외압을 행사하는 등 각종 위법·부당행위를 저질렀다. 지난 2015년 8월 설치돼 2016년 7월까지 운영된 상황실은 형식상 고용부 차관 직속기구였지만 실질적으로 김현숙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지휘했다. 위원회는 일종의 노동개혁 홍보 비선조직인 상황실이 적지 않은 위법·부당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먼저 상황실이 노동시장개혁 홍보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회계 가운데 실·국 소관 예산 일부를 전용했다는 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일례로 세대간상생고용지원사업비의 일부를 노동개혁 홍보예산으로 썼다고 전했다. 또 국가계약법 등을 위배해 수의계약을 통해 광고를 선집행한 사실도 포착했다.


위원회는 또 김 전 수석의 지시로 상황실이 야당 정책 비판과 노동단체 압박을 위해 보수청년단체 기자회견 등을 기획했다고 확인했다. 또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2015년 4월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한국노총을 노사정위에 복귀시키기 위해 국고보조금 지급 중단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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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위원회는 국가정보원이 2008∼2013년 민간인 592명과 기업 303곳의 고용보험 정보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정원이 이 자료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위원회는 또 근로감독관(특별사법경찰)에 대한 검찰의 불합리한 수사지휘 관행의 문제도 지적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위원회는 김영주 고용부 장관에게 김 전 수석과 이 전 실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것을 권고하고 국정원의 고용보험 데이터 확보 목적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근로감독관의 수사권 독립을 준비하는 조직을 신설·운영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발표를 놓고 현 정부가 지난 정권의 모든 정책행위를 지나치게 적폐로 몰고 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위원회는 상황실을 비선 기구라고 단정했지만 이 조직에는 고용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국장과 직원들이 참여했다. 이렇다 보니 정권의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컨트롤타워를 설치하는 게 무슨 죄가 되냐는 하소연도 흘러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고용노동행정개혁위가 지난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았지만 이번 일 때문에 노사정 대타협 등이 평가절하될까 우려된다”며 “현 정부가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은 사실 당시 노동개혁이 씨앗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각종 노사 문제를 풀어낸 노사정 대타협은 누가 뭐래도 성과”라고 평가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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