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미투해법 북유럽 사회에서 찾아야

-황선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韓 유리천장지수 수년째 꼴찌

단기론 북유럽처럼 진취적 입법

장기론 교육통해 성차별없애야

황선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황선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최근 일고 있는 미투 운동 관련 사건들을 접하며 참담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심할 것이다. 문제는 이 미투 운동이 어떻게 사회 구조적으로 결실을 봐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성 평등 사회가 되는가다.

미투와 관련한 사건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강한 남성 위주의 권력구조로 편성돼 있는 심각한 성 불평등 사회라는 것에 기인한다. 지난 2017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유리천장(glass ceiling)’지수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013년 첫 발표 후 줄곧 꼴찌를 도맡아왔다. 유리천장지수는 취업·승진·보수 등 경제지표의 종합으로 스웨덴·노르웨이가 80으로 1위, 한국은 23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스웨덴·노르웨이의 여성 취업률이 75% 내외로 남성과 거의 차이가 없을 때 한국 여성의 취업률은 50% 남짓, 스웨덴·노르웨이의 남녀 임금격차가 10% 전후일 때 한국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60% 남짓으로 이 또한 OECD 국가 중 압도적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승진의 한 지표로 이사회의 여성 임원 비율을 보면 스웨덴·노르웨이가 40% 내외일 때 한국은 2%에 그쳤다. 그마저도 절반은 아내나 딸이라니 실제로 한국 여성의 이사회 임원 비율은 단 1% 안팎이다. 한국의 성평등지수가 다보스포럼(WEF)에 따르면 조사 대상 144개국 중 118등인 것이 결코 이상하지 않다.


가정에서의 육아와 가사에서도 한국과 북유럽은 매우 차이가 크다. 직장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와 또다시 육아와 가사를 ‘독박’으로 하는 이중 노동에 시달리는 한국 여성이 얼마나 많은가. 북유럽에서는 ‘라테아빠’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남성이 육아휴직을 하며 아이를 돌볼 때 한국 남성은 일과 술로 녹초가 돼 집에서는 TV 리모컨만 조종하는 것 아닌가. 문제는 이런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대체로 가부장적 행태를 답습해 자기 세대에서 재생산하는 데 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권력에 의한 성폭력과 성차별도 당연히 이런 가부장적 풍토에서 재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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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가부장적 재생산의 고리를 끊을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성 평등을 위한 여성들의 인식과 투쟁이다. 여성들의 투쟁 없이 성 평등이 이뤄진 나라는 없다. 어떠한 성차별도 용인하지 않는 페미니즘 운동이 사회 각처에서 도도히 일어나야 한다. 그뿐 아니라 단기적으로는 진취적 입법, 장기적으로는 교육으로 성 평등을 이뤄내야 한다. 전자의 일례로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경우를 비교해볼 수 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남성 최후의 보루인 이사회에서 여성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 노르웨이는 입법으로, 스웨덴은 여성의 능력을 믿고 사회적 공론의 길을 택했다. 그 결과 현재 이사회에서 여성의 비율은 노르웨이가 40%를 웃돌고 스웨덴은 40%를 밑돈다. 여성 경영자의 비율이 높은 기업이 주가가 높고 여성 고위공무원이 증가할 때 공정성·투명성·효율성이 높아지고 부패가 준다는 국제적 연구 결과를 볼 때 우리나라도 여성 진출이 취약한 분야부터 입법을 통해서라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 측면에서는 교육이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성교육은 제대로 되고 있는가. 얼마 전 교육부가 ‘여성은 무드에 약하고 남성은 누드에 약하다’는 식의 성교육 표준안을 제시해 공분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성차별과 가부장적 행태가 우리 사고에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고착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필자가 27년 동안 스웨덴에서 살며 배운 것은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비록 남녀 성별의 차이는 있지만 학교나 가정에서 그로 인해 차별하거나 다르게 대하는 것은 용인되지 않았다. ‘여자가 감히…’ ‘여자라서…’ ‘여자는…’이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의 일상에 흔한 ‘먼지차별’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옷차림과 색깔, 장난감과 독서, 놀이와 취미, 성적 표현과 욕구, 이 모든 것에서 남자와 여자(아이)를 구분해 교육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여학생이 자동차학과·건축학과·전기학과를 택하기도 하고 드물지만 여자 배관공이 있고 남자 유아학교 교사도 있다. 모든 일은 남녀가 공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사회가 이렇게 될 때 남녀 모두에게 직업 선택의 폭과 상호 이해의 폭이 넓어져 삶이 풍요로워진다. 우리 교육도 이런 비전을 갖고 성 평등 사회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번 미투 운동으로 가정과 교육 그리고 사회 전반에서 성 평등 혁명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모든 남자는 성폭력이 무엇인지 확실히 인지하고 그래서 정말 ‘조신해지기’를, 모든 여자는 어떠한 성폭력도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배웠기를 희망한다. 나아가 가정과 학교에서 성 평등 교육을 제대로 하고 법적·제도적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남성 위주의 권력구조를 타파해 성평등지수 꼴찌를 면하는 날이 오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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