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새로운 남북경협, 완전한 틀을 갖추고 재개해야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 소장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 소장.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 소장.



4월과 5월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만큼 기대와 우려도 교차하고 있다.


과거정부의 대북정책은 교류협력을 통해 평화를 달성하는 기조였다. 그러나 현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다른 선(先) 평화정착 후(後) 교류협력 재개라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의 결실로 핵문제 해결에 중요한 진전이 이루어진다면 5.24조치와 UN 대북제재가 해재될 것이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시발로 대담한 남북경협이 시작될 것이다. 잘만 된다면 침체된 우리 경제에 그야말로 단비가 될 수 있다.


1990년대 초에 시작된 남북경협은 소규모 무역과 임가공에 머물렀었다. 주로 정부의 대북지원 사업과 연계된 거래가 대부분이었고 금액도 많지 않아 의미 있는 경협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이후 2000년대에 시작된 2차 경협은 무역과 임가공을 넘어 개성공단과 내륙투자로 이어졌고 나름 경협의 기반도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개성공단에서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평화정착없이 시작된 남북 경협은 결국 성공모델을 만들지 못한 채 실패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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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번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실이 이루어지면 세 번째 경협이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다른 경협을 준비해야 한다. 사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우선 제도의 틀을 북한과 완전하고 튼튼하게 합의한 후 사업을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을 것이다.

우리 기업은 과거 남북경협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 사업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도 북한이 허가해 주지 않으면 사업장을 방문할 수도 없었다. 도대체 북한내 투자자산이 잘 있는지 제대로 굴러 가는지 남한 투자자는 깜깜이 속에서 북한의 처분을 바라보는 처지였다. 그렇다고 북한 사업장과 통화도 직접할 수 없었다. 중국을 통한 간접 통화가 고작이다. 북한 사업자가 견본과 전혀 다른 물품을 보내주어도 크레임도 걸 수 없었고, 북한과는 신용장 거래도 할 수 없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남한과 경협이 중단 후 북한은 중국과 무역을 통해 시장경제를 체험하고 있고 장마당을 통해 그들 나름의 사업질서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UN 제재로 무역시장의 냉혹함도 경험하고 있다. 이 시기가 정말 중요하다. 잘만 진행된다면 북한을 변화시키고 남북이 상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을 맞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조금은 답답하겠지만 과거 우리기업이 북한과 경협을 하면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3통문제(통행, 통신, 통관)부터 꼭 해결해야 한다. 3통문제 해결 없는 경협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통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산에서 출발해 개성을 경유하여 평양까지 운행하는 정기 노선을 신설해 보자. 중국을 경유해 평양을 방문하려면 많은 시간(적어도 1빅2일)과 비용이 발생한다. 남북 정기노선이 만들어지면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투자자에게는 자유로운 북한방문이 가능하도록 투자자용 방북증을 북한이 발급하여 신청만 하면 언제든지 사업장에 갈 수 있도록 북한과 합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평양에 북한 통신망과 분리된 새로운 통신망을 구축하여 통신문제도 해결해 보자. 이 모든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진정한 남북경협을 위해서는 꼭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에 더더욱 강조하는 것이다.

이제 다시 경협이 시작되면 북한사업에 기대를 가진 다양한 분야의 투자자가 참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경쟁적인 진출도 예상된다. 정부는 제도의 틀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사업은 기업의 책임하에 추진해야 한다. 과거와 다른 경협구조가 필요하다. 북한이 진정 남한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3통 문제부터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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