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토요워치]귀농은 가장 어려운 창업…이민가듯 준비하세요

거주지 자체 옮겨 생활, 오랫동안 배우고 익혀야

수익내기까지 수년…충분한 자본금 마련은 필수

'남편-농사·아내-판매' 부부간 역할분담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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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열심히 모은 쌈짓돈을 투자해 땅을 마련하고 노동력을 투입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는 면에서 창업과 유사하다. 하지만 음식점을 차리거나 물건을 만드는 일과 달리 농사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가격 변동이 심하며 스스로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 등 일반 창업보다 ‘위험’이 크다. 김귀영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귀농귀촌센터장은 “귀농은 농산업 분야의 창업, 즉 ‘창농’으로도 불린다”며 “취농은 창업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고난도의 창업”이라고 말했다.

◇“이민 가듯 귀농 준비해야”=전문가들은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민처럼 준비하라”고 권한다. 김 센터장은 “도시의 창업과 달리 귀농은 거주지 자체를 송두리째 옮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민과 같다”며 “특히 농촌은 도시와 달리 ‘관습법’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귀농 준비기간은 ‘길수록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최민규 전북 귀농귀촌지원센터장은 “친구 따라 귀농한다는 식은 절대 금물”이라며 “오랫동안 귀농교육을 받고 귀농지 지역 주민과 미리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귀농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의무교육 시간을 억지로 메우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이런 사람은 거의 대부분 실패한다”고 덧붙였다.

귀농귀촌센터에 따르면 귀농을 위한 평균 준비기간은 약 2년8개월(32.7개월)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4~5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실제 귀농 준비기간이 길수록 귀농에 대한 후회도 낮게 나타난다. 귀농 준비기간이 6개월 미만이면 역귀농 의향이 10%를 넘고 귀농 준비기간이 3년 이상이면 역귀농 의향이 8% 미만이라는 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다. 역귀농이란 귀농했다가 농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일종의 ‘귀농 실패’를 가리킨다.


농촌경제연구원의 마상진 박사는 “20~30대 청년의 경우 그 지역 영농조합법인이나 농업법인 등에 취업해 농촌생활에 적응한 다음 귀농을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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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도 기술과 자본력 중요=‘정성을 기울여 열심히 일하면 풍작이 든다’는 말은 더 이상 농사의 금언이 아니다. 농사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닌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특히 최근에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스마트팜 등을 통해 노동력 투입을 줄여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귀농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한다.

김 센터장은 “귀농 준비자의 평균 자본금은 1억5,000만원 정도 된다”며 “이 정도 자본으로는 집을 마련하고 땅을 마련하기에도 팍팍한 만큼 좀 더 많은 자본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 박사는 “충분한 자본금을 마련하되 처음부터 이 돈을 농지 마련에 ‘올인’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농사는 수익을 내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예비자금을 남겨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부간 ‘역할분담’ 필수=부부 중 한 사람만 귀농을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최 센터장은 “아내는 서울에 남아 있고 남편은 농사를 지으며 주말에 서울을 오가며 도시와 농촌생활을 동시에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며 “이런 분들은 농촌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결국 투자금만 날리게 된다”고 말했다.

부부가 귀농을 할 경우 남편은 ‘농사’, 아내는 ‘판매’를 맡는 식으로 분업을 하는 것이 좋다. 최 센터장은 “남편이 작물을 재배하고 아내가 이를 가공 포장해 프리마켓에 내놓아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전라북도 무주에서는 귀농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 판매하는 행사를 열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생산 후 판매가 아닌 판로를 개척한 뒤 그에 맞춰 생산을 하는 방식을 권유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채상헌 연암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성의 친화력이 남성보다 좋은 만큼 아내가 판로를 개척해 예상 판매량을 정한 뒤 남성이 그에 맞춰 자본과 노동력을 투입해 농사를 지으면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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