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판문점에서는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물밑 작업을 이어온 남북의 숨은 주역들도 허물없는 농담을 주고받는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남북정상회담 주인공’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 기념식수 직후 ‘도보다리’에서 비교적 긴 시간 단독 회동을 이어가는 동안 이뤄진 일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양측 수행인사들은 두 정상의 내밀한 산책과 회동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화기애애한 망중한을 즐겼다.
임 실장이 이 자리에서 “만리마 속도를 남과 북 통일의 속도로 삼자”는 김 위원장의 오전 환담 중 발언을 언급하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더 빠른 말을 만들어야 겠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이 터졌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대단히 기쁜 일”이라고 화답했고, 김여정 제1부부장은 “현실인지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북 수행인사들은 남북이 본격적인 대화의 물꼬를 튼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화제로 올리기도 했다.
조명균 장관이 2월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언급하며 “이제 옛날 같다”고 말하자,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2월 9일이 아득한 옛날 같다. 추워서 담요를 다 무릎에 둘렀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석 달 남짓한 기간에 북남관계가 손바닥처럼 뒤집어졌다”며 직접 손바닥을 뒤집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이어 조명균 장관은 “남한과 북한이 행사할 때마다 날씨가 참 좋다”며 날씨로 화제를 돌리자, 김영철 부위원장은 “날씨가 이렇게 이상하게 맞는다. 이게 천기를 타고나서”라고 화답했다.
또 임 실장을 비롯한 남측 인사들이 서로 김여정 제1부부장과의 ‘카운터파트’를 자처하는 장난스러운 실랑이가 오가기도 했다.
임 실장은 “앞으로 남북 협력 관계는 (김여정) 부부장이 역할을 많이 할 것이라고 (김 위원장이) 직접 말씀하셨다”며 “일부 언론이 제가 짝꿍이라고 한다”고 농담한 데서 시작됐다.
서훈 국정원장은 “일부러 흘린 것 같은데요”라며 임 실장의 말을 받았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역시 “경쟁이 심할 것 같은데, 나와 경쟁해야 한다”며 농담을 이어갔다.
이어 서훈 원장은 “이제 바쁘게 생겼다”며 “당장 8월에 아시안 게임을 준비해야 하고, 적십자 회담을 해야하고, 군사당국회담과 고위급 회담을 진행해야 한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또 이 자리에서 서 원장이 “대동강에 꽃이 화창하죠? 개나리가 많이 피죠?”라고 묻자, 리선권 위원장이 “대동강 쪽에 쫙 (피었다)”고 답했다.
서 원장은 “통일이 된다면 남측에서 (북한) 관광지 가이드를 차려야겠다”고 하자, 조 장관이 “저랑 같이 차리자”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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