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김 위원장이 지난 3월 말 방중 당시 열린 북중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의 길을 빨리 걸었어야 했는데…”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기치를 걸고 내세웠던 것은 ‘실사구시론’이었다. 검은 고양이든 하얀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덩샤오핑의 ‘흑묘백묘’ 발언은 실사구시론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를 김 위원장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받아들인다면 핵 포기를 지렛대로 남한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요국들로부터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과 기술 유치를 이룰 수 있다.
김 위원장이 덩샤오핑 모델의 벤치마킹 의지를 내비친 것은 집권 후 5년간 경제정책의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김 위원장은 집권 후 2016년까지 5년 중 4년간 완만한 성장을 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시장화도 어느 정도 진전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6차 핵실험 등이 계기가 된 국제적 제재로 대외의존도가 큰 북한 경제는 휘청였고 외자 유치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북제재가 한층 강화된 환경 아래에서는 북한이 아무리 자력 경제화를 추진하더라도 경제둔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홍제환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의 진단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향후 경제발전 전략은 우선 국제적 경제 제재를 푸는 데 최대 주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자국 경제의 기본적인 젖줄이 돼왔던 자원 수출 및 인력 송출, 중국 등으로부터의 원유공급 정상화 등을 받아내 ‘고난의 행군’ 시절로의 복귀를 피하는 게 1차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어 비핵화가 상당 수준 이행돼 대북제재가 거의 해소될 즈음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신북방정책 및 신한반도경제지도의 큰 그림과 궤를 맞추며 남한의 주선을 지렛대 삼아 주요국들의 자본과 기술을 유치해 낙후된 도로·항만·전력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재건하는 방향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백두산·금강산·비무장지대(DMZ) 등의 환경자원을 활용한 관광객 유치를 본격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북한 내 고용을 실질적으로 창출할 각종 서비스산업을 일으키는 방안도 예측해볼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북일 정상회담도 추진될 여지가 있다. 이 경우 일본이 과거사 문제 해결 차원에서 전쟁배상금 등을 제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 위원장이 이를 수용한다면 북한 경제재건을 위한 종잣돈이 한층 늘어나게 된다. 다만 김 위원장 역시 덩샤오핑 방식의 개혁개방을 하려면 먼저 미국의 제재 장벽을 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이행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향후 북미정상회담에서 제시해 합의하고 이를 이행하는 과감한 결단을 북한이 내려야 한다고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