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기자의 눈] 시중은행 금리, 정말 문제 없나요?

금융부 손구민 기자




“한 해 적자가 났다고 대출금리를 2배나 한꺼번에 올려버리면 조그마한 중소벤처들은 살 방법이 없습니다.”


첫 사업 실패 후 재기에 나선 중소벤처 대표 K씨는 최근 기자에게 이같이 하소연했다. K씨는 지난 2016년 초 법인 명의 신용대출을 통해 3,000만원을 연 6.5% 금리로 한 시중은행으로부터 빌렸다. 그해 1억원의 손실이 나자 은행은 금리를 연 14.9%로 2배 이상 인상해버렸다. 적자가 나면 은행 입장에서는 자금 회수를 못할 가능성 때문에 미리 금리를 올려 리스크를 상쇄하려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1년 만에 2배 넘는 금리를 올려 받는 것은 ‘약탈’에 가깝다는 비판을 사기 충분하다. K씨는 높아진 금리에 맞춰 매월 원리금을 상환하려다 보니 급전이 필요했다. 결국 2금융권에 손을 벌리면서 신용등급마저 떨어지는 악순환이 그에게 찾아왔다. K씨의 회사는 지난해 6,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K씨의 신용등급 하락 영향으로 금리우대 적용이 안 돼 여전히 15%에 가까운 고금리를 물고 있다고 한다. K씨는 “어렵게 회사 경영을 흑자로 돌려놓아도 이자 부담은 줄어들지 않았다”면서 “개인 신용등급도 4등급에서 6등급으로 떨어져 앞으로 급전이 필요할 때가 더 문제”라고 토로했다.

관련기사



은행이 돈을 버는 것 자체를 지적할 수는 없다. 문제는 매년 이자 수익으로 수조원을 버는 시중은행이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금리를 올려 받고 보는 식의 편의주의적 영업 때문에 재기에 나선 중소벤처와 영세 자영업자들이 2금융권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재기는 고사하고 사업을 다시 접는 실패의 악순환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도 사석에서 “빚이 많다고 서민들에게 (가산금리를 매겨) 대출금리를 높게 받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며 “경제논리를 떠나 은행이 대출금리를 좀 낮추면 돈을 더 잘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뱅커 생활을 해온 시중은행 임원이 리스크가 커지면 금리를 높여 부실비용을 전가해야 한다는 ‘경제논리’와 반대된 주장을 한 것이다. 이 임원의 말이 정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경제논리를 떠나’ 시중은행도 대출금리 조정에 대한 역발상 아이디어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래야 은행도 좋고 중소벤처, 청년 창업자들에게 버거울 정도의 금리 고통을 가하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kmsohn@sedaily.com

손구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