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전용기로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황상 중국을 방문한 북한인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또한 자국산 항공모함의 시험 운항식 참석을 위해 다롄으로 이동한 사실이 전해져 양국 최고지도자간 회동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8일 복수의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최고위급 인사는 지난 7일 전용기 편으로 다롄 공항에 도착해 중국 측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와 동일한 기종인 일류신 62형 비행기가 고려항공 마크가 없는 상태로 다롄 공항에서 포착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교도통신도 8일 오후 1시 반 넘어 북한 국영 고려항공의 항공기 1대가 다롄 공항에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서 중국 네티즌은 지난 6일부터 다롄 공항 및 시내 교통 통제가 매우 심해졌다는 내용의 글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다. 실제로 다롄시 방추이다오(棒槌島) 영빈관은 엄중한 경비 속에 주변 도로가 통제된 상태다. 현재 방추이다오 관광구 전체는 일반인의 통제가 전면 차단된 상태로 웨이보에는 방추이다오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는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또 웨이보에는 다롄 시내에서 중국 국빈용 의전 차량을 목격했다는 게시물도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이 의전 차량에는 국기가 꽂혀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베이징을 비공개 방문했을 때에도 국빈급 의전을 받았지만, 의전용 차량에는 북한 국기인 인공기를 꽂지 않고 이동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북한에서 최고위급으로 보이는 인사가 다롄에 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러 가지 의전 정황상 김정은 위원장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소식통도 “시 주석이 자국산 항모의 시험운항 참석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다롄을 방문했으며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로 추정되는 북한 항공기도 다롄에서 목격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중국 외교부에 다롄에 방문한 북한 인사가 누구인지 확인해 달라고 공식 질의했지만 화답하지 않았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3월 말에 이어 다시 방중했다면 다롄에서 중국 대외연락부주관으로 비밀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의제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의 영구적 폐기까지 요구하고 나서자 다급해진 북한이 ‘중국 카드’를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말 베이징 방문으로 북미로만 쏠리던 북한 비핵화 협상의 균형을 맞추었다. 이번에 북중 정상 회동이 이뤄지면 북한이 중국을 우군으로 북미협상의 균형점을 찾아 미국과 대등한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
다롄의 방추이다오는 북중이 비밀회담을 하던 섬으로, 김일성과 김정일이 덩샤오핑(鄧小平) 등 중국 지도부와 은밀히 회동하던 장소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김 위원장이 중국에 왔다면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중국과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