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사고’를 일으킨 삼성증권이 실물 주식(종이 주식)의 경우 위조 등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곧바로 매매할 수 있고 이런 허점을 통한 실제 거래 역시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이른바 ‘위조 주식’이 거래될 수 있는 통로가 있던 셈이다. 그러나 거래 가능성만 있을 뿐 위조 주식이 실제로 발행돼 거래된 것은 아니라고 금융당국은 밝혔다.
또 직원들의 주식 매도 과정에서 외부인과 연계된 소위 ‘작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주가 왜곡이 행정제재 대상인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하는지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삼성증권 ‘유령 주식 배당 사고’ 당시 착오 입고 주식임을 알면서도 매도 주문한 이 회사 직원 21명을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전산 시스템을 계열사인 삼성SDS에 수의계약한 것으로 나타나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검사 결과 최근 5년간 전체 전산 시스템 위탁 계약의 72%(2,514억원)를 삼성SDS와 체결했고 이 계약 중 수의계약 비중이 91%를 차지하는 등 계열사 부당 지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의 내부통제 미비가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의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이 같은 화면에서 처리되도록 했고, 발행주식 총수(약 8,900만주)의 30배가 넘는 주식(28억1,300만주)이 입고돼도 시스템상 오류 검증 또는 입력 거부가 되지 않았다. 당일 삼성증권 직원 총 22명이 이른바 ‘유령 주식’ 1,208만주의 매도 주문을 했고 이 중 16명의 501만주가 체결됐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회사 측이 주식 매도 금지를 공지한 당일 오전9시40분 이후 이뤄진 매도 주문이 전체의 78.2%(946만주)에 달할 정도로 내부통제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특히 검사 과정에서 실물 주식 입고 시스템의 경우 절차상 예탁결제원의 확인 없이 매도가 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발견됐다. 종이 주식을 직접 들고 증권사 지점에 가서 입고를 하면 증권사 본점에 실물을 예탁한 후 예탁결제원이 위·변조 여부 등의 진위를 확인한 다음 매매가 이뤄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본점에 실물이 예탁되기 전 이미 거래가 가능하도록 일종의 ‘리크(leak) 포인트’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2013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주식이 실물 입고된 9,478건 중 118건이 이런 식으로 매매가 이뤄졌다. ‘실수로 허수 주식이 생성돼→예탁결제원 등의 확인 절차 없이→곧바로 매매가 가능’했던 이번 사고의 구조와 유사하다. 금감원 측은 “국민적인 의혹 제기가 컸던 만큼 다른 증권사의 (실물 입고) 시스템도 곧바로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측은 “실물 입고 비중은 전체 매매거래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며 가능한 수량도 한 번에 10~20주 정도에 그친다”고 해명했다. 증권사가 자의적으로 주식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번 사태가 내부통제 시스템 부실로 결론이 나면서 삼성증권은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 부과받을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에 대한 제재 수위는 조만간 제재심의위원회 심의 후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금융위 의결 등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