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제조업위축→고용감소→소비위축 악순환, 할인점 역성장…SOC 투자는 뚝 끊겨

정부, 소득 주도 성장 추진하지만

경기활성화 지표 여전히 안갯속

1415A02 설비투자 증감률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앞두고 있는 전북의 올 1·4분기 소매판매 증가율은 1.1%에 그쳤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경남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4% 늘어났다. 울산(2.1%)도 마찬가지다. 이들 지역은 모두 지난해 마이너스에서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5.0%)에 크게 못 미친다. 제조업 위축과 구조조정이 내수에 직격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1·4분기 할인점은 역성장했다. 1·4분기 매출만 2% 감소했다.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5% 늘어났다.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은 전년 대비 1.3% 증가해 지난해 4·4분기(-3.5%)보다 나아졌지만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물론 전체 소비는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4분기 민간소비(GDP 잠정치)는 지난해 4·4분기보다 0.6%, 지난해 1·4분기보다 3.4% 증가했다. 3월 소매판매액지수도 전월(6.6%)에 비해 높은 7.0% 증가했다.

하지만 소비심리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소매유통 업체 약 1,000개를 대상으로 2·4분기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98로 집계됐다. 5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2015년 2·4분기(100) 이후 12분기 연속 기준치를 밑돌았다. 한국은행의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7.1로 3월의 108.1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려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소비 증가에 따른 경기 활성화 효과는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거꾸로 일부 지역에서는 구조조정의 여파로 내수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민간 소비와 관련이 높은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도 -0.6%로 전월(-6.7%)에 이어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최악을 기록 중인 고용 상황도 변수다. 2월 고용증가 인원이 10만명에 그친 데 이어 3월에도 11만2,000명을 기록했다. ‘제조업 침체→고용 위축→소비 하락’의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3월에도 11.6%를 기록해 당분간 소비가 극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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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설비투자 역시 감소세로 전환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설비투자는 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수 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의 투자가 11.6% 감소해 총 7.8% 감소했다. 국내 제조업계를 ‘나 홀로’ 떠받치던 반도체 업계에서도 설비투자를 줄였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은 2월 9,570만달러에서 3월 8,420만달러로 하락했다. 지난해 3월 반도체 설비투자 6,500만달러와 비교해서는 증가했지만 더 이상 반도체 업계에서도 설비투자를 증가시킬 여력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올해 4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 증가율도 3월(25.8%)과 유사한 32.8%에 그쳤다. KDI는 “지난해부터 지속돼온 반도체 중심의 높은 설비투자 증가세가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방침과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이 줄면서 건설 경기 역시 위축되고 있다. 건설업 생산지수는 2월 -4.9%에 이어 3월 -4.5%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토목은 상황이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토목수주는 전년동기 대비 무려 38.4%나 감소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건축은 수주가 회복되고 있고 분양물량도 늘어나고 있어 향후 건설 경기에 긍정적”이라면서도 “토목 수주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영필기자 박형윤기자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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