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삼성바이오 “팩트 변한것 없어...세차례나 검증해놓고 문제 삼아”

■ 삼성바이오 첫 감리위

자정까지 치열한 논의...금감원 "자의적 판단으로 에피스 지분평가 방식 변경"

김태한 대표, 회계기준변경 이유 등 조목조목 반박

2차부터 대심제 적용.."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지적도

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감리위원회에 김학수 감리위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권욱기자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감리위원회에 김학수 감리위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권욱기자



17일 오후 정부종합청사 16층 대회의실 앞으로 박권추 금융감독원 위원과 김광윤·이한상 감리위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2시께 김상원 금감원 회계심사국장과 이기영 회계조사국장이 입장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잠정 결론을 내린 실무자들이 모두 모였다. 회의 시작 예정시간을 조금 넘겨 김학수 위원장을 포함해 감리위원들이 모두 입장하며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 할 감리위의 막이 올랐다.

감리위는 예상대로 신중하게 진행됐다. 제재대상자의 반론권을 위해 대심제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안건이 방대하고 금감원과 삼성바이오의 의견 진술 시간 등을 감안 해 다음 감리위부터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일 금감원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잠정결론 조치사전통지서를 보낸 이후 보름여만에 금융당국과 제재대상기업이 맞섰지만 치열한 공방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감리위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자문 역할을 하는 기구지만, 감리위 결과가 증선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양측 모두 이번 감리위에서 기선 제압을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포문은 절차에 따라 금감원이 열었다. 금감원은 1년간의 특별감리 결과 드러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문제점 등을 위원들 앞에서 열거했다. 100페이지가 넘는 자료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평가 방식을 변경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을 통해 전체 안건을 보고 받은 위원들은 금감원의 입장을 경청하며 분식회계 결론의 판단 근거 등에 대해 추가적인 질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이 자리를 뜨자 이번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반박이 시작됐다. 삼성바이오에선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김동중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참석했다. 특히 김 대표는 직접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 회계기준변경 이유 등을 설명하며 분식회계라는 금감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장 역할을 하는 김학수 위원장과 배석 판사 역할을 맡은 감리위원들은 양측의 주장을 충분히 들었다. 배수의 진을 친 양측이 한치 물러섬 없이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하면서 이날 감리위는 자정을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전초전을 벌인 양측은 다음 주 예정인 두 번째 감리위에서 본격적인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심제는 법정 공방처럼 원고와 피고가 서로 간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제도다. 금감원은 원고이자 검사 역할을 하며, 삼성바이오는 피고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다만 검사 대표 역할을 맡은 박권추 위원이 판사와 검사 역할을 모두 맡고 있어 위원 선정을 놓고 공정성 논란도 일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를 수행한 금감원이 제재 대상 기업의 의견을 듣기도 하고 결론을 내는 자리에 있는 만큼, 공정해야 할 운동장이 기울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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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금감원 법무실 근무 경력이 있는 송창영 변호사는 동생이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고 있어 증선위에 회피 신청을 했고 이 신청이 수용돼 감리위에서 배제되며 감리위원들의 공정성 여부가 논란이 됐지만 금융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금융위는 송 변호사 외 자격에 문제가 있는 위원들은 없고 감리위가 의결 기관이 아닌 자문 기구의 역할을 하는 만큼, 그대로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공정성 시비와 함께 금융위의 미숙한 일 처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날 2시까지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2시 전 금융위에 도착한 김 대표 등은 참석을 위해 금융위에 도착했으나 금융위는 정해진 일정을 바꿔 당초 일정보다 2시간 늦은 오후 4시에 출석하라고 공지했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측은 2시간 넘게 금융위에서 대기한 후에 감리위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김태한 대표는 감리위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팩트가 변한 것이 없다”며 “2015년 당시 금감원 등 여러 기관에서 3차에 걸쳐 검증한 것을 2018년 와서 다시 조사해 문제가 불거진 충격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리위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확정 전인데 분식회계와 사기가 있다고 언론에 공개한 당사자(금감원)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의구심이 있는 모든 부분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투명하게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감리위에서 소명 절차를 마무리 한 후 다시 기자들을 만난 김 대표는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반드시 행사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학수 감리위원장은 이날 위원들에게 속기록을 작성키로 했다는 사실을 전하고 주요 안건 내용과 심의내용의 대외 누설 시 엄중하게 취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비밀유지 서약 위반 및 외부감사법상 비밀엄수 규정 위반에 따른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 처벌 될 수 있으며, 대외누설에 책임이 있는 위원을 해촉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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