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개위는 1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집회·시위 관련 손해발생 시 국가원고소송 제기기준’을 권고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집회·시위 과정에서 공무수행 중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서는 소송을 배제하고 국가 예산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예외적으로 폭력행위 등을 통해 고의적으로 손해를 가한 사람에게만 제한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이때에도 과격·폭력 행위가 경찰의 대응에 의한 것인지,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지를 따져보도록 했다.
이러한 내용은 현재 진행 중인 국가원고 소송에도 적용하도록 경개위는 권고했다. 현재 집회·시위와 관련해 경찰이 주최 측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원고 소송은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를 포함해 총 6건이다. 경개위는 “집회·시위는 개인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안에서 다수가 함께 행동함으로써 자신의 의사를 유효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집회·시위를 주최하거나 참가한 사람들에게 형사책임을 추궁하거나 심지어 국가를 원고로 다수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집회·시위의 자유에 상당한 위축효과를 유발하려고 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권고안을 받아들이고 진행 중인 소송은 화해·조정 등을 거쳐 조속히 마무리 짓기로 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들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공권력이 위축될 수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야 할 영역을 경개위가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의하지만 손해배상소송 원칙적 금지는 대규모 집회·시위에서의 불법 폭력 행위에 대한 억제력을 무력화시켜 오히려 불법 폭력 행위를 유발할 수 있다”며 “제기된 소송에 대한 판단은 사법부의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시위를 제외하고 경찰이 제기한 집회·시위와 관련된 소송 대부분에서 승소할 만큼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사법부의 판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