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불붙은 경기논쟁 더 치열하게 해보라

헌법상 대통령 경제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김광두 부의장이 촉발한 경기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경기침체 초기 단계로 평가한 김 부의장의 진단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제 “성급하다”며 반박하자 김 부의장이 재반박했다. 김 부의장은 페이스북에 “요즘 경제하려는 의지가 기업인에게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이런 구조가 지속되면 통계적 현상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의 경기판단을 굽히지 않았다. 때마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대내외 여건이 만만찮다”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기도 했다.


때아닌 경기 논쟁이 불거진 직접적 계기는 김 부의장의 짧은 글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공식 경기판단을 담은 ‘그린북’ 수정 해프닝에 있다고 봐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주 내놓은 5월 그린북에서 ‘생산·투자의 조정 국면’으로 평가했다가 불과 4시간 만에 ‘회복 흐름 지속’이라는 문구를 추가해 뒷맛을 남겼다. 김 부의장이 이를 두고 정부의 신뢰 추락을 꼬집으며 지금의 경기논쟁으로 진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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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의장은 주지하다시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를 맡았다가 결별한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다.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그를 중용한 것도 경제정책의 균형점을 찾자는 취지일 것이다. 문재인 경제정책인 ‘J노믹스’는 분배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과 공급 중심의 혁신성장 간 정책조합이기도 하다. 김 부의장의 글은 전체적으로 보면 경제환경이 엄중하니 현실을 직시하고 균형 잡힌 정책을 펴라는 고언에 가깝다. 대통령 자문으로서 당연한 책무다.

두 사람의 경기 논쟁을 굳이 정부 내 엇박자로 치부하거나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문제지 건설적인 논쟁은 정책수립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이다. 그래야만 오판 가능성을 줄여 바람직한 정책 처방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J노믹스 사령탑 간의 경기 논쟁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변곡점에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기재부는 6월 선거가 끝나면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책 수립에 앞서 보수적 관점에서 냉정하고 현실적인 경기 진단과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경기 논쟁이 더 치열할수록 좋은 연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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