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별세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인식이 22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구 회장이 생전 가족에게 ‘조용한 장례’를 당부한 대로 마지막 가는 길은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엄수됐다. 구 회장의 양자이자 외아들인 구광모(40) LG전자 상무는 부친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이날 구 회장의 유족과 친지는 오전 8시께부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비공개로 발인제를 진행한 뒤 운구를 위해 장례식장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이후 8시 30분께 유족들이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 운구하는 과정이 공개됐다.
지상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족 일부는 구 회장이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사진이 보이기 시작하자 “너무 아까워… 어떡하면 좋아…”라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 날 맏사위인 윤관 블루벤처스 대표가 구 회장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았다.
그 바로 뒤를 구 회장의 외아들이자 후계자인 구광모 LG그룹 상무가 따라갔고 그 뒤로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준 LG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등이 간격을 두고 뒤따랐다.
관이 운구차에 오르자, 구 상무의 친부이자 구 회장의 둘째 동생인 구본능 회장은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구 상무는 부친의 관이 장의차에 실리는 과정을 담담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관이 장의차에 실린 뒤 뒷문이 완전히 닫히자 구 상무를 비롯한 유족들이 목례로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후 구 상무와 사위 윤 대표가 장의차에 탑승하자 구 회장의 관을 실은 장의차가 천천히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이를 바라보던 구본능 회장이 눈물을 글썽였고 일부 유족들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발인식이 진행됐다. 발인식에는 LG(하현회)·LG전자(조성진)·LG유플러스(권영수)·LG화학(박진수)·LG디스플레이(한상범)·LG생활건강(차석용) 등 그룹 계열사 부회장단도 참석했다.
발인제부터 장의차가 장례식장을 떠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0분이었다. 이 중 취재진에 공개된 부분은 운구과정이었으며 약 3분 남짓이었다. 이후 가족들만 장지로 이동해 나머지 장례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한편 고인의 유지와 유족의 뜻에 따라 고인의 장례는 화장한 뒤 그 유해를 곤지암 화담숲 인근 지역의 나무뿌리 옆에 묻는 ‘수목장’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수목장은 주검을 화장한 뒤 뼛가루를 나무뿌리에 묻는 자연 친화적 장례 방식이다.
구 회장의 장례가 수목장으로 치러지는 건 소탈했던 고인의 평소 철학에 따른 결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생전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경영을 구상하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가장 즐겨 찾았던 곳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화담숲’이다. ‘화담(和談)’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는 뜻으로 구 회장의 아호(雅號)이기도 하다.
또한 평소 새와 숲 등 자연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았던 구 회장이 자신의 아호를 딴 명칭을 붙여 2013년 6월 개장한 생태수목원이 바로 화담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