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자원·에너지빅뱅...갈림길 선 한국] "본격 해외자원개발 10년도 안돼...회수율 논할 단계 아니다"

<4>해외 자원개발 전문가 좌담회

선제투자 하는 공기업과 뒤따라 투자하는 민간 회수율 단순비교 무리

자원개발 기능 민간에 넘긴다지만 국내에는 자원개발 전문기업 없어

국제유가 등락에 일희일비 말고 지속적 투자·정책 일관성 유지해야

北 광산개발, 잠재력 크지만 발전소 건설 등 전력난 해결이 우선과제

정우진(왼쪽부터)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자원개발전략실장(현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장), 이병관 서울경제TV 부국장, 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경제TV SEN 스튜디오에서 열린 해외 자원개발 전문가 좌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호재기자정우진(왼쪽부터)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자원개발전략실장(현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장), 이병관 서울경제TV 부국장, 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경제TV SEN 스튜디오에서 열린 해외 자원개발 전문가 좌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호재기자



“한국석유공사는 해외 자원개발을 시작한 지 40년 가까이 됐지만 지난 2009년부터 진행된 투자가 전체 투자비의 70~80%가량 됩니다. 회수율이 본격적으로 나올 단계가 아닌 겁니다. 더욱이 2014년 유가가 폭락했습니다. 회수율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것들을 전반적으로 고려한 평가가 돼야 합니다.”

최근 다시 시작된 해외 자원개발 구조조정 및 원인 규명을 두고 전문가들은 오해와 진실이 뒤섞여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자원개발 공기업의 방만경영과 정부의 정책 실패,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국제유가의 폭락 등 우리나라 해외 자원개발의 실패를 불러온 원인은 다양하다. 특히 국제유가 폭락에서 기인한 자원개발 기업의 대규모 부실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일본의 자원개발을 이끄는 ‘국제석유개발제석(INPEX)’도 2016년 1억5,30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탈리아 최대 석유회사인 ENI도 16억6,400만달러 적자였다. 그럼에도 ‘자원비리’라는 틀이 덧씌워지면서 자원개발은 수년째 멈춰서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경제TV SEN 스튜디오에서 해외 자원개발 전문가와 함께 좌담회를 가졌다. 국제유가가 80달러를 넘어서는 등 저유가 시대가 저무는 ‘빅뱅’의 갈림길에서 한국 자원개발 정책의 현주소와 나아갈 길을 묻기 위해서다. 좌담회에는 정우진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자원개발전략실장(현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장) 과 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사회=이병관 서울경제TV 부국장

△사회=자원개발이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에 하베스트가 ‘우물 유전’으로 희화화되기도 했다.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정우진 소장=자원개발은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아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는 영역이다. 우리나라는 경험이 별로 없어 정책과 여론, 심지어 기업의 이해도도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그런 상황에서 정제되지 않은 정보와 자료 등이 쏟아져나오면서 국민들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공기업이 썩 투자를 잘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너무 비리로만 몰고 가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종근 교수=하베스트 얘기를 많이 한다. 유전개발은 땅속에 있는 원유의 경우 흐르지 않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물을 주입해 원유를 밀어내 뽑아내는 것이다. 원유와 물이 같이 생산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베스트 유전이 1,200개가 있는데 그중 48% 내외에서 물이 98% 이상 나온다. 하지만 28%는 기름이 물보다 훨씬 많이 나온다. 물 처리 비용은 배럴당 3달러 정도인 데 반해 원유는 70달러를 넘었다. 원유가 어느 정도 생산되느냐의 문제이지, 물이 얼마나 나오는지의 문제가 아니다. 또 그 지역의 다른 유전도 ‘워터컷(유전에 물이 생산되는 비율)’이 97%에 달한다. 우리 공기업에만 잘못했다고 하는 것은 공정한 평가가 아니다.

△신현돈 교수=객관적이고 기술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평가해야 원인규명도 제대로 되고 정확한 처방이 나온다. 객관적이지 않은 사안을 여론몰이식으로 호도하니 국민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자원개발은 적폐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발언을 계속 하고 있다. 너무 적폐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2016년 정부 자원개발 보고서를 보면 민간의 회수율은 75%인데 공기업은 37%에 불과하다. 공기업이 방만경영을 했다는 근거다. 단순비교가 맞는가.

△정 소장=회수율을 비교하려면 기본적으로 기간이 들어가야 한다. 10년 된 사업이 1년 된 사업보다 회수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정 시점에서 단순비교하는 것은 정당한 방법이 아니다. 공기업 자원개발 사업의 대부분은 회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단계가 아니다.

△최 교수=공기업의 부채가 큰 것은 자원공기업의 대형화 정책 때문에 앞장서서 투자했기 때문이다. 민간은 기술 수준이 안 되기 때문에 공기업이 사업 평가를 해 괜찮으면 같이하는 구조였다. 공기업이 없었다면 민간이 할 수도 없었다. 지금도 SK이노베이션과 포스코대우 둘을 빼면 자체 사업능력을 지닌 기업이 없다.


△신 교수=2008년만 하더라도 유가가 100달러 이하로 떨어진다고 예측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 때문에 생산 광구에 투자했다. 생산 광구의 경우 초기 투자비는 막대하게 드는데 회수 기간은 20년 이상이다. 다 차입으로 투자가 이뤄졌는데 유가가 떨어지면 빌린 돈의 이자율이 급등했다. 공기업의 대형화가 무모하게, 혹은 짧은 시간에 이뤄졌다는 게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감안하면 회수율로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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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저유가가 기회다. 중장기적으로 보고 문재인 정부가 투자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정 소장=중국·일본은 투자를 늘리고 있다. 대표적 성공 사례인 석유공사의 15-1광구, 포스코대우의 미얀마 가스전은 외환위기 즈음에 개발에 들어간 광구다. 외환위기 때 한번 다 팔았다가 다시 유가가 오르면서 사들이기 시작했는데 실패라는 멍에만 남겼다. 다시 유가가 오르고 있다. 유가는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사이클을 탄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지속해서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

△최 교수=자원개발에 성공하려면 세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 돈이 적절하게 있어야 하고, 전문인력, 그리고 신뢰할 만한 파트너도 필요하다. “1,000억원 줄 테니까 해보시오”라고 해놓고 실패했다고 “무능한 거 아니냐, 비리 있는 거 아니냐”라고 하는 것은 자원개발에 대한 바른 인식과 접근법이 아니다.

△신 교수=광구가 좋고 나쁘고 간에 정권 바뀔 때마다 했다, 안 했다 하려면 차라리 아예 안 하는 게 낫다. 그게 다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확실히 더 좋다. 나쁜 광구를 샀어도 관리를 잘해서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버린 자식처럼 두면 1,000억원 손실 보는 것을, 잘 관리하면 500억원으로 줄일 수 있는 거다. 그런 부분도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자원개발이 정치 문제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최 교수=명확한 진상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인이든 정치인이든, 당시 장차관이든 문제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그 현실이 파악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람을 미련하고 바보 같은 사람으로 보는데 굉장히 지혜로운 사람이다. 외양간을 고쳤기 때문에 다시는 소를 잃지 않는다. 우리는 소를 잃었는데 문지기가 그때 졸았는지, 안 졸았는지 토론만 하고 있다. 그리고 소 값이 올라가면 또 시장 가서 소를 비싸게 사올 수밖에 없다.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소를 잃어버리는 큰 비용을 치렀기 때문에 반드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사회=정부의 자원개발 기능을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한다. 중국은 공기업이, 일본은 민간이 주도한다는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정 소장=우리나라 민간기업은 정확히 자원개발 기업이 아니다. 자원개발 사업 부문이 있는 기업일 뿐이다. 민간기업이 공기업에 버금하는 사업을 할 수 있는지 평가해본 다음에 결정해야 하는데 그런 분석이 없다. 일본에서 제일 큰 기업인 INPEX의 경우 대주주가 정부고 황금주도 가지고 있다. 엄청난 재정지원도 한다. 민간기업체지만 사실 정부주도형 민간기업체다.

△최 교수=지난 20년간 전 세계 어느 뉴스를 검색해도 중국이 광구를 팔았다는 소식은 없다. 중국은 에너지 소비가 조금만 늘어도 곱하기 인구수를 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렇게 에너지는 국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일본은 상사 중심으로 꾸준히 해왔고 이제는 ‘노하우’도, 자금력도 있다. 우리는 민간기업이 두 개밖에 없는데다 세계 시장에서 낄 역량도 안 된다.

△신 교수=우리는 선택지가 없다. 지금까지는 조그만 사람에게 갑옷을 입혀 나가서 싸우라고 하면서 지금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중국·일본은 정책의 변화 없이 꾸준히 해오고 있다.

△사회=북한 자원개발이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나. △신 교수=북한에 석유가 있을 만한 곳이 7곳이다. 그동안 서른 개 넘게 시추했는데 2015년 지오엑스프로라는 전문잡지에 두 개 광구에서 기름이 나왔다는 내용이 실렸었다.

△정 소장=확률적으로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서한만 분지는 북한이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C)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 우리가 들어가면 외교적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광물 중에서 마그네사이트나 아연은 세계적인 규모다. 북한은 전력 문제 때문에 광물자원을 정광 상태로 수출한다. 재처리하거나 가공해서 팔면 부가가치가 훨씬 높다. 남북 경협으로 광물개발을 하는데 전력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북한 전력도 부족하지만 주파수와 전압이 매우 불안정하다. 광산 투자보다 발전소 건설비가 더 많이 들 수 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이 우선 과제다. /정리=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세종=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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