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김정은, 협상 안하면 리비아처럼 된다"...'카다피 종말' 끄집어낸 美

■북미회담 앞두고 샅바싸움 치열

펜스 "속임수 쓰면 큰 실수" 포문

폼페이오는 '이란 제재' 언급하며

北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 보내

北, 핵실험장 南취재단 끝내 거부

남북관계 흔들어 협상력 제고 의도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에 초대받은 외신 기자들이 22일 북한 원산 갈마공항에 도착해 입국 수속을 밟고 있다. 이날 북측은 한국 취재진의 명단을 끝내 접수하지 않았지만 통일부는 이날 밤늦게 “23일 판문점을 통해 취재진 명단을 다시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남측의 직접 취재가 완전히 무산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화뉴스 트위터 캡쳐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에 초대받은 외신 기자들이 22일 북한 원산 갈마공항에 도착해 입국 수속을 밟고 있다. 이날 북측은 한국 취재진의 명단을 끝내 접수하지 않았지만 통일부는 이날 밤늦게 “23일 판문점을 통해 취재진 명단을 다시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남측의 직접 취재가 완전히 무산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화뉴스 트위터 캡쳐



6·12 북미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양국은 이견을 좁히기는커녕 한층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2인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고 밝혔고 이란에도 새로운 핵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며 북한에 우회 경고를 날렸다. 반면 북한은 풍계리 핵시설 폐기에 남측 취재단만 쏙 빼며 “북미 협상 판도 남북처럼 흔들릴 수 있다”고 맞불 메시지를 내놓았다. 북미 회담을 둘러싼 ‘터뷸런스(난기류)’가 심해지는 분위기다.

우선 북미 회담과 관련해 그동안 침묵하던 펜스 부통령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2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실수일 것”이라며 “김정은이 협상을 하지 않으면 리비아 모델처럼 끝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비핵화 후 시민군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된 리비아 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으로 리비아 모델을 다시 끄집어내 북한에 고강도 경고를 한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대북 군사 옵션은 테이블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보유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경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에 새 비핵화 기준을 제시하며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서 한 연설에서 모든 핵시설 완전 접근 허용을 핵심으로 한 12개의 요구 사안을 공개했다. 세부적으로 △우라늄 농축 중단 △플루토늄 사전 처리 금지 △탄도미사일 개발 금지 등이다. 그는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다면 전례 없는 금융압박을 가할 것이며 이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새 핵 합의를 체결하면 모든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고 외교적·상업적 유대관계를 회복하는 것과 더불어 이란의 현대화를 지지할 의사가 있다. 경제적 번영을 이루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에도 완벽한 비핵화를 하면 최고의 보상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압박이 더 심해질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풍계리 폐기에 남측 취재단 참석을 끝내 허용하지 않았다.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데 이어 대남 강공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영국·러시아·중국 등 4개국 외신 기자단은 23~25일 사이에 진행될 행사 취재를 위해 22일 베이징에서 원산으로 들어갔지만 남측 취재단 8명은 북한이 명단을 접수하지 않아 무산됐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입장문에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그럼에도 폐기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이번 조치가 북미 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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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한미 정상회담, 북미 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미 관계를 직접 흔들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남북 관계를 흔들어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며 “미국에 ‘우리 체제를 존중하지 않으면 언제든 (남한처럼) 판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한국에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측을 배려하는 메시지를 강화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일본 도쿄신문은 22일 북중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7~8일 다롄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완료하면 미국이 진짜 제재 해제와 경제 지원에 응할지 불신감을 토로하며 비핵화 합의 시 중국이 독자적인 경제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이 북미 회담에서 비핵화 관련 합의를 하면 북한에 단계적인 경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뉴욕=손철특파원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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