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인연

이사라(1953~)作

2215A38 시로여는수욜



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그렇지

처음에는


없는 것이 생겼다가

다시 없어졌다가

그래도 남아 있는 모래언덕처럼

우리는 조용한 모래 꿈꾸는 모래였지

고요한 곳에서 혼자 멈춰 있던 고운 입자

바람과 만나야 살아나서

둘이어야 춤추게 되어서

그러다가도

또 바람 때문에 모든 것이 부서져서

오랜 시간 속에서 곱게 다듬어져


안 보이는 손에 의해 의미를 가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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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모래의 인연이 우리를 여기로 불렀지

이렇게 함께 겪는다는 것이

또 어렵사리 처음이 되는 것이지

저 수많은 모래알들이 낱낱이 이별로 이루어져 있군요. 한때는 견고한 무엇의 일부였으나 기어코 손을 놓쳐 버렸군요. 멀어질수록 부서지고 작아지면서 속울음 울던 것들이었군요. 슬픔도 슬픔끼리 모이니 비빌 언덕이 되는군요. 강의 하류엔 젖은 사연들이 떠올라 풀등이 되었는걸요. 슬픔도 가벼워지니 바람을 타기도 하고, 파도에 춤추는군요. 오래된 이별끼리 만나 다시 처음이 되는군요. 오월 바람에 날아오는 정향나무 꽃향기는 무엇과 이별하고 새로운 처음을 찾아오는 걸까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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