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창립 50주년을 맞는 NH투자증권이 증권업계 대표주자로 도약하기 위한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대표 인물로 꼽히는 정영채 대표이사의 신규 선임과 맞물려 지난 1·4분기 역대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여기에 지난 23일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 안이 의결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이 독주하던 발행어음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장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기준 연결 영업이익 1,762억과 당기순이익 1,283억으로 전년 동기 순이익 대비 44.9%의 증가율을 달성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보다 22% 높은 뛰어난 성적으로 평가된다. 1·4분기 시장 거래량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익 외에도 상품판매수익, 운용 및 이자수익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장을 보였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은 2·4분기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유가증권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증가 추세인데다 6월 말까지 진행되는 모바일증권서비스 ‘나무’의 무료수수료 이벤트 효과로 브로커리지 점유율이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NH투자증권의 전통적인 강점 분야인 IB부문도 1·4분기에는 잠시 주춤했지만 2·4분기에는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SK네트웍스, 현대위아, 현대백화점 회사채 대표주관, ING생명 인수금융 등 전통적 IB부문은 물론 나인원 한남 개발사업 등 부동산금융 부문 등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단기금융업 인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자기자본의 200% 이내의 발행어음 발행과 판매를 통해 조달된 자금으로 기업금융과 부동산에 투자해 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또 리테일 신용한도를 추가로 더 배분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서는 NH투자증권이 만만찮은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 발행어음 최대 판매 규모(자기자본의 2배)를 가늠할 수 있는 자기자본 규모에서 두 회사는 막상막하다. 올해 1분기 기준 NH투자증권은 4조7,861억원, 한국투자증권은 4조2,157억원이다. NH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보다 1조원가량 많은 9조5,000억원까지 발행어음 판매가 가능하다.
지난 13년간 IB업계 최고 전문가로서 업계의 주요 딜을 수행하며 쌓은 정 대표이사의 노하우도 긍정적인 요소다. 정 대표이사는 개인 및 기관고객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구조화하고 공급하는 데 최적화 됐다고 평가되고 있는 만큼 NH투자증권이 가진 역량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대표이사는 2005년부터 NH투자증권의 전신인 우리투자증권의 IB사업부 담당 임원을 13년간 역임하며 국내 IB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혀왔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IB 출신으로서 사장으로 취임하는 것은 정사장이 최초의 사례다. 같은 달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차기 CEO에 IB 헤드 출신인 데이비드 솔로몬 사장을 지명한 바 있다.
정 대표이사와 솔로몬 사장의 취임이 국내 자본시장에 전달하는 의미는 크다. 국내 증권업의 수익구조는 브로커리지 수익중심에서 IB, 트레이딩 등 자본활용 수익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 수익구조 뿐 아니라 상품운용과 판매에서도 자본활용 비즈니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상품 제조의 기반이 되는 IB부문의 역량이 증권업의 핵심경쟁력이 되고, 수익성 있는 딜을 발굴해 고객 니즈에 맞는 상품으로 구조화하여 공급하는 것이 향후 증권사의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이사도 이런 의미의 일환으로 같은 맥락의 키워드를 임직원들에게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자본의 힘과 리스크 인수 능력에 기반한 상품 경쟁력과 솔루션 역량, 양질의 서비스가 중요한 시대적 변화를 맞이한 상황에서 NH투자증권이 ‘가장 강력한 자본시장의 플랫폼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관리가 필요한 개인고객, 투자자산을 찾는 기관고객, 투자자를 모집하는 상품공급자, 재무솔루션이 필요한 기업고객 등을 위한 토탈솔루션 플랫폼이 되겠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자본 시장 플랫폼 사업자의 핵심 가치는 ‘딜소싱(거래공급), 스트럭처링&엔지니어링(상품구조화), 자문 서비스 및 판매’ 등 3개 영역”이라며 “시장에서 금융자산·대체투자자산 등의 요구를 파악한 후 이를 상품화해 위탁중개·금융상품·해외투자상품 등 여러 형태로 고객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브로커리지나 대체투자, 자산관리에만 집중하지 않고 운용·트레이딩 등 다양한 사업부문에 균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