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동통신 5G 시대가 눈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에서 중국 통신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음 달 중에 막을 올릴 5G 통신 네트워크 장비 수주전에서 국내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는데다 새로운 스마트폰 출시까지 준비하는 등 한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 5G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국내외 통신장비기업들의 수주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5G 주파수를 할당받으면 다음 달 중 곧바로 통신장비 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현재 국내 통신네트워크 장비시장에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을 화웨이가 흔들 수 있는지 여부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이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2013년 LTE(롱텀에볼루션) 서비스를 위해 LG유플러스(032640)에 통신장비를 처음 공급했다. 당시 보안 논란이 제기되면서 LG유플러스에서 주한미군 지역엔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5G 통신장비 수주전은 화웨이에 유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일단 전국망 구축이 가능해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3.5GHz 주파수 대역 장비에서 기술력이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격 역시 경쟁업체에 비해 최대 30% 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5G 전국망 투자에 수 십조원을 써야 할텐데 통신장비의 가격 경쟁력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네트워크 장비뿐 아니라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맥을 못 추지 못했던 스마트폰 사업도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화웨이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에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결정된 바는 없지만 중저가폰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웨이가 최근 전국 66개 사후서비스센터(AS)를 구축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애플을 꺾고 2위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등 화웨이의 영향력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인기와는 달리 국내에선 아직 ‘저가폰’ 이미지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지난 2016년 KT(030200)를 통해 P9라이트 모델을 ‘비와이(Be Y)폰’이라는 명칭으로 출시했으며 같은해 말 LG유플러스를 통해선 P9·P9플러스를 내놨다. 이후 지난해 연말 KT에서 ‘비와이폰2’까지 내놨지만 큰 반응을 얻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화웨이가 최초 트리플 카메라 스마트폰인 ‘P20 프로’를 내놓은데 이어 5G 스마트폰과 폴더블 스마트폰 등 세계 최초 타이틀을 석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이미지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의 경우 아직도 인지도가 낮긴 하지만 해외 직구를 통해 직접 사용해 본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꾸준히 나고 있다”며 “화웨이의 국내 스마트폰 진출 성공은 ‘중국산=저가폰’이라는 이미지를 얼마나 벗어던지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