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진해기지사령부에서 근무하는 군무원 남현숙(47) 주무관은 누구보다 건강한 모발을 갖고 있다. 머리카락을 깨끗하게 기르기 위해 신경도 많이 쓰지만 마음이 늘 즐겁다. 항생제 투여로 머리카락이 빠진 어린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남 주무관은 지난 14일 2년 만에 미용실에 들러 허리춤까지 내려온 머리카락을 잘랐다. 검고 고운 그의 머리카락은 조심스레 포장돼 소아암 환자들의 가발 제작에 쓰인다.
남 주무관이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공직 19년 만인 2009년. 25㎝ 이상의 길이에 염색과 파마를 하지 않은 건강한 머리카락이 소아암 환자들의 가발 제작에 쓰인다는 소식을 들은 후 머리카락을 잘랐다. 남 주무관은 이후에도 아이들을 생각하며 머리를 길렀다. 다시 기증이 가능한 길이만큼 머리카락이 자라는 데 걸리는 시간은 2년. 가끔은 파마나 염색도 하고 싶었지만 아이들 생각에 그럴 수 없었다. 최근에는 다섯 번째 기증을 마쳤다.
남 주무관의 딸 지의정(18)양도 초등학생이던 지난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엄마를 따라 모발을 기증했다. 지양은 “지난 10년간 정성스럽게 머리를 관리해온 엄마가 자랑스럽다”며 “곧 다시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주무관은 “앞으로도 소중히 모발을 기르고 기증하겠다”며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랐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