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수천만명의 이용자 개인정보를 유출한 페이스북의 행위에 대해 ‘법률 위반 행위’라고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파문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내려진 사실상 첫 ‘유죄’ 결정으로 현재 진행 중인 미 당국의 수사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의회 정보위원회(ICO)는 11일 “페이스북이 ‘디스이즈유어라이프’라는 퀴즈 앱을 개발한 알렉산드르 코건 박사에게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최대 8,700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1998년 데이터 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코건 박사는 이 정보를 정치 컨설팅 및 데이터 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넘겨 이 회사가 영국의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 2016년 미국 대선 등에 활용토록 한 사실이 지난 3월 회사 내부자의 폭로로 드러났다.
ICO는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못한 페이스북은 이 법이 정한 최고 벌금인 50만 파운드(7억4,000만 원)를 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측은 그동안 “우리는 개인정보 유출이 일어나기 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며 잘못을 인정했지만, 초기에 코건 박사의 앱을 허용한 것은 연구 목적이었기 때문이었고, 후에 그가 개인정보를 남용한 사실을 발견한 뒤에는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서 ‘불법’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ICO가 페이스북의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함에 따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통해 유출된 정보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캠프에 전달된 과정을 조사하고 있는 미 연방수사국(FBI), 연방거래위원회(FTC),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의 조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페이스북은 “우리는 ICO는 물론,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조사에도 긴밀히 협력해 왔다”면서 “ICO의 발표에 대해서는 곧 우리측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