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여 사이 전 세계 모터사이클 업계를 휩쓴 화두 중 하나가 ‘레트로(Retro·복고풍)’였다. 요즘 1980년대풍이나 심지어 ‘구한말풍’의 카페·식당이 유행이듯, 또는 패션업계에 종종 복고풍 바람이 불어오듯 모터사이클 시장에서도 클래식 바이크의 디자인 요소를 결합한 모델들이 인기를 끌었다.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모은 모델은 BMW모토라드의 R나인T, 두카티 스크램블러 정도일 것이다.
여기서 감히 빼놓을 수 없는 모터사이클 제조사가 11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트라이엄프다. 말런 브랜도, 스티브 매퀸부터 최근에는 데이비드 베컴, 브래드 피트, 핑크 등이 택한 바이크로도 잘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모델인 ‘본네빌’의 고풍스러운 디자인에 한 세기를 뛰어넘는 역사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트라이엄프 모터사이클의 전 세계 판매량은 전년보다 11.3% 늘어난 6만3,404대에 달했다.
불행히도 국내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 2003년께 판매 부진으로 철수한 전력이 있지만 레트로의 열기는 뜨거웠다. 11일 트라이엄프코리아가 15년 만에 정식 론칭을 알린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물론 가격. 그동안 정식이 아닌 병행 수입으로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병행 수입업체와의 가격 차이가 관건이었다. 결론적으로는 대체로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가장 저렴한 모델은 스트리트트윈으로 1,299만원. 인기가 제일 높은 본네빌T100과 T120은 각각 1,450만원, 1,850만원이다. 병행 수입보다 수백만원씩 저렴하다. 이웃 일본에서 스트리트트윈의 판매가가 1,04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살짝 아쉽기는 하지만 체급이 다른 시장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라인업은 예상보다 다양하다. 스트리트트윈, 본네빌, 본네빌 바버, 스피드마스터 등 모던 클래식 시리즈와 스피드트리플R 등 로드스터, 타이거800과 1200 등 어드벤처 라인업이 갖춰졌다. 정식 판매는 바이크 업계의 성수기가 이미 지나간 8월부터인 탓에 올해 트라이엄프코리아의 판매 목표는 약 150대에 그친다. 본격적인 경쟁은 내년부터로 예상된다. 대표 모델들인 본네빌, 스트리트트윈 외에도 타이거800, 1200 등의 어드벤처 모델이 BMW GS 시리즈 같은 인기 모델들과 맞붙어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가와사키 W800, SYM 울프클래식 등 클래식 바이크만 두 대 가진 라이더로서 클래식 장르의 번성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