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삼성생명 즉시연금 일부지급]"배임 문제 있는데 밀어붙여"...반기 든 삼성생명

삼성 "사업비 떼지말고 지급하라는게 말이 되나" 반발

교보·한화 등 결정에도 영향...일부 중소형 입장 바꿀듯




삼성생명이 만기환급형(상속형) 즉시연금 미지급금 전액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해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논란은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고객 1명의 민원으로 시작됐다.

강모씨는 지난 2012년 10억원을 내고 10년 동안 매월 운용수익을 연금처럼 받는 삼성생명의 만기·상속형 즉시연금에 가입했다. 이 상품은 만기가 되면 원금 10억원을 돌려준다. 매월 연금액은 공시이율로 산출되는데 공시이율이 아무리 낮아져도 2.5%는 주겠다는 최저보증이율 조건이 붙었다. 최저보증이율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10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 2,500만원(월 208만원)이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실제 운용한 자산은 강씨가 낸 원금 10억원보다 적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사업비 등을 뗀 약 9억4,000만원이 운용자산이었다. 원금에서 사업비 등을 먼저 공제하고 남은 금액으로 운용하는 것은 모든 보험상품의 특징이다. 만기 때는 원금을 채워 돌려줘야 하므로 매월 연금액을 줄 때 일부를 준비금으로 떼고 준다. 게다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공시이율도 하락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9억4,000만원에 공시이율을 곱하니 연금액이 강씨가 애초 예상한 최저금액인 208만원에 못 미치는 경우가 생겼다. 여기에서 준비금까지 공제한 결과 2016∼2017년에는 연금액이 매월 130만∼140만원에 불과했다. 강씨는 매월 연금액이 최소 208만원은 보장돼야 한다고 따졌다. 약관에는 이와 같은 상세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약관에 ‘연금액은 산출방법서로 계산한다’는 문구가 있고 이를 어기지 않았다고 맞섰다. 분쟁조정위원회는 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더해 만기 환급금을 맞춰 주려고 매월 준비금을 뗀다는 설명도 약관에는 없었던 만큼 준비금도 돌려줘야 한다고 결정했다.


삼성생명은 처음에는 개별 민원에 대한 분조위 조정 결과를 거부할 경우 ‘보복 검사’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보고 수용했다. 그러나 민원 1건에 대한 조정 결정을 전체(5만5,000건)로 확대 적용하라는 금감원 권고에 난색을 보였다. 돈을 달라고 신청하지 않은 가입자까지 찾아서 돈을 주는 것은 법적·절차적으로 무리이며 내부적으로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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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사가 사업비도 떼지 말고 원금을 굴려 생기는 이익을 최저보증이율에 맞게 지급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보험이라는 것 자체가 리스크를 감내하는 것인데 아무런 비용도 받지 말라는 것은 보험원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약관해석 등의 논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려다 논란을 자초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즉시연금 가입금액(보험료)이 평균 2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금감원이 내건 소비자보호 기치가 “결국 부자고객의 민원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것이었느냐”는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삼성생명이 금감원 권고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일괄구제가 안 될 경우 일일이 소송으로 가야 하므로 행정 낭비가 많고 시간이 지나면 구제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일괄구제로 가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앞서 윤 원장은 금감원 분쟁조정위 지급 결정을 수용하라며 삼성생명을 강하게 압박했다. 윤 원장은 “분조위 결정 취지에 위배되는 부당한 보험금 미지급 사례 등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 “더는 묵과할 수 없다” “이번이 마지막 경고”라는 표현까지 썼다. 머쓱해진 것은 금감원이다. 금감원 측은 “삼성생명은 법적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는데 금감원 내부적으로 법리 검토를 모두 거친 것으로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라며 “윤 원장까지 나서 강조한 것인데 삼성생명이 반기를 드는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며 크게 당혹해 했다. 속으로는 부글부글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보험규제를 풀어 보험사는 매년 수조원의 이익을 내는데 가입 고객은 사업비가 얼마인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과도한 보험사 이익을 고객 이익으로 환원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생명의 이날 환급 결정에 따라 다른 생보사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에 따르면 삼성생명 외에도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한화생명이 850억원, 교보생명이 700억원가량이다. 이들 생보 ‘빅3’를 비롯한 생보업계 전체로는 총 16만명, 8,000억∼1조원 규모에 이른다. AIA생명·DB생명·신한생명 등 일부 중소형 생보사는 금감원의 일괄구제 방침에 따라 미지급금을 주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삼성생명 이사회의 이번 결정으로 변화가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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