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법인세 부담 30% 줄어든 美 기업…20% 늘어난 韓

韓, 세후 이익 증가율 美 절반도 안돼

"투자환경 개선 없으면 침체 더 깊어져"

0715A08 한미 기업 이익 대비 법인세 비중



‘트럼프 감세’ 효과로 올해 1·4분기 미국 기업들의 이익 대비 법인세 비중이 전년보다 30%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 정부 들어 ‘대기업 증세’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한국은 이익 대비 법인세 비중이 20% 이상 늘어났다. 법인세 부담을 줄인 미국은 올 2·4분기 4%가 넘는 고성장을 기록한 반면 증세에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친 한국은 올해 3% 성장도 어려운 경기둔화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6일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올 1·4분기 미국 전체 기업의 세전이익(법인세 차감 전 순손익) 대비 법인세 비중은 14.7%였다. 전년 1·4분기(22.1%)보다 7.4%포인트 줄었다. 미국 경제의 호황에 기업들의 수익성이 좋아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법인세 인하 효과가 컸다.


한국의 경우 법인세가 세전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4분기 18.1%에서 올 1·4분기 21.9%로 상승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비금융법인 코스피 상장사 588곳을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기업의 세금 부담이 한국보다 높았으나 올해부터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미국과 한국의 기업정책과 기업을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가 세 부담 역전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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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의 이익 대비 법인세 비중 하락을 분석해보면 법인세 인하의 위력을 볼 수 있다. 미국 기업의 세전 이익 증가율은 6.8%로 지난해 평균(4.4%)을 약간 웃돌았다. 반면 법인세는 28.8% 감소했다. 전년 평균 감소율(-0.9%)보다 30배 이상 큰 수준이다. 덕분에 1·4분기 미국 기업들의 세후 이익은 1조9,200억달러로 전년(1조6,427억달러)보다 16.9% 상승했다. 한국 기업의 경우 법인세 증가율(36.3%)이 세전 이익 증가율(12.6%)을 압도했다. 이런 탓에 세후 이익 증가율(7.3%)은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화끈한 감세 정책을 쓰고 있다. 15~35%이던 법인세율을 21% 단일 세율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신규 설비투자의 경우 감가상각을 통한 세액 공제를 50%에서 100%로 늘렸다. 경영 환경이 좋아진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 확대로 화답했다. 미국의 고정자산투자는 올해 1분기 8.0%, 2분기 5.4%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고 실업률은 지난 5월 18년만에 최저 수준인 3.8%를 찍었다.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이다. 감세 효과를 톡톡히 본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율 추가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현 정부 들어 기업 경영 환경이 악화일로에 있다. 정부는 2018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대기업의 연구개발(R&D)·투자세액 공제 혜택은 줄였다. 내년에도 대기업의 세 부담을 5,700억원 높일 예정이다. 세금뿐이 아니다. 산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정책은 중소·영세업체들에 직격탄이 됐다. 올해 들어 투자와 고용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은 대대적인 감세와 투자 활성화로 경제 회복 불씨를 키우는데 우리는 기업의 투자·고용 여력을 떨어뜨리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투자 환경을 대폭 개선시키지 않으면 경제 침체가 더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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