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벼랑 끝 중견조선사] '수주절벽' 성동·STX, 안갯속 생존 사투

RG 미발급에 신규수주 사실상 불가

성동, 10월 공개입찰로 매각 추진

STX도 자산정리 등 자금마련 나서

성동조선해양 통영 조선소 전경. /사진제공=성동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 통영 조선소 전경. /사진제공=성동조선해양



지난 3월 정부의 중견 조선사 구조조정 방안 발표를 통해 가까스로 회생 기회를 잡았던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이 다시 한 번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성동조선과 STX조선 모두 겨우 생존은 했지만 신규 수주가 막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동조선은 인수합병(M&A), STX조선은 자산 매각을 통해 마지막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성동조선 매각 자문을 맡고 있는 삼일회계법인은 오는 10월 초 공개입찰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성동조선은 매각이 유일하게 생존할 수 있는 길이다. 성동조선은 지난해 11월 크로아티아 선주에 인도한 선박을 마지막으로 일감이 동났다. 올 3월 법정관리 이후에는 금융권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도 끊겼으며 지난해 수주한 선박 다섯 척도 계약이 취소됐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동조선은 새 주인의 신용도를 보고 금융권에서 RG 발급을 재개해야만 회생이 가능하다”며 “채권단에서도 더 이상 지원이 어렵기 때문에 연내 M&A를 성사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M&A 가능성은 연초에 비해 높아졌다. 올 초 1차 컨설팅 결과 청산가치 7,000억원, 존속가치 2,000억원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최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제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청산가치가 4,000억원 내외로 떨어졌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가격 부담이 낮아졌다. 아울러 이번에 평가한 청산가치에는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선박을 인도하고 받은 900억원의 현금이 포함됐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3,000억원 수준에서 매각가가 결정될 수도 있다. 성동조선의 한 관계자는 “통영 조선소는 가장 최근에 지어져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특히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7만~20만톤급의 중대형 선박 건조에 최적화돼 관심을 갖는 매수자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까스로 법정관리를 피했던 STX조선해양은 수주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는 헤비테일(선박 인도 이후 대부분의 건조대금을 받는 형태)로 계약하기 때문에 신규 수주를 위해서는 초기 건조 자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STX조선은 올 상반기 자산을 팔아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조선·부동산 경기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주요 매물 중 하나인 10만톤급 플로팅도크의 경우 STX조선이 고려하는 판매가는 69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매수 후보들이 내민 가격은 500억원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 관계자는 “당장 돈이 급한 만큼 헐값에라도 팔아야 하나 싶다”면서도 “자산 매각으로 일정 자금을 확보하기로 계획을 세워둔 탓에 마음대로 팔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자산 매각이 막히면 달리 기댈 곳도 없다. STX조선은 4월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 따라 신규 자금 지원 없이 독자 생존해야 한다.

초기 건조 대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RG 발급도 어려워졌다. 채권단은 자금난에 허덕이는 STX조선이 배를 건조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만큼 RG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자산매각 지연→자금난→RG 미발급’으로 생존을 위한 수주 자체가 막힌 것이다.

한 중견 조선사의 관계자는 “중소형 조선사들은 대형 빅3가 건조하지 않는 고기술·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들 수 있는 곳이 많은데 이들이 무너지면 결국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이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병기·김우보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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