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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간다-부안 변산반도 채석강]57개 공룡발자국...중생대로 시간여행 온듯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 퇴적층

중생대 백악기 시대 화석 많아

물때 잘 맞추면 공룡발자국 보여

경남 고성·하동·남해 등서도 발견

"한반도 지질은 자연사박물관급"

미국 서부 그랜드캐니언의 절벽을 축소한 듯한 전북 부안 채석강의 봉화봉 아래쪽에는 3개의 퇴적층에 걸쳐 57개의 공룡 발자국 화석을 볼 수 있다. 공룡들이 서로 다른 시기에 호수를 오가거나 호수를 따라 거닐 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전라북도지질공원미국 서부 그랜드캐니언의 절벽을 축소한 듯한 전북 부안 채석강의 봉화봉 아래쪽에는 3개의 퇴적층에 걸쳐 57개의 공룡 발자국 화석을 볼 수 있다. 공룡들이 서로 다른 시기에 호수를 오가거나 호수를 따라 거닐 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전라북도지질공원



‘우아, 마치 층층이 시루떡 같네.’

여름 휴가지로 요즘 각광받고 있는 전북 부안 변산반도의 채석강. 퇴적층이 바닷물에 씻겨 노출된 절벽이 마치 시루떡처럼 쌓여 있는 암회색 지층을 볼 수 있다. 책을 층층이 쌓아 놓은 듯한 모양새인데 층마다 색깔이 사뭇 다르다. 마치 미국 서부 그랜드캐니언의 절벽을 축소해 놓은 듯하다. 자세히 보면 모래와 진흙 등이 단단하게 굳어진 셰일층에 자갈과 모래가 섞인 역암층을 볼 수 있다. 그 북쪽의 적벽강은 검붉은색을 띤 바위와 절벽으로 구성돼 있는데 석양 무렵 바위가 진홍색으로 물들 때 장관을 이룬다.


채석강 일대는 지형이 선캄브리아기(45억6,000만년 전~5억4,000만년 전)의 편마암(변성암)과 화강암(화성암)이 기저를 이루고 중생대 후기인 백악기(1억4,500만년 전~6,500만년 전) 호수 밑바닥에 쌓인 퇴적암이 솟아 절벽과 바닥층이 됐다.

백악기는 공룡의 전성기라 혹시 퇴적암에 공룡 발자국이나 뼈·알은 없는지 찬찬히 살펴봤으나 닭이봉 쪽은 볼 수 없고 봉화봉 쪽은 있다고는 하는데 물때가 맞지 않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닭이봉 쪽에서 해안 동굴이 보이고 화산 분출의 흔적도 있으며 지진의 영향으로 지층이 갈라진 곳도 몇 군데 됐다. 바닥에서 우연히 나뭇잎 화석도 볼 수 있었다. 변성암과 화성암과 달리 퇴적암은 적당한 온도와 압력이 작용해 화석이 잘 남아 있고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층이 존재하는 게 특징이다.

저멀리 관광객들이 채석강 닭이봉 쪽 절벽 아래를 거닐고 있다.  /부안=고광본 선임기자저멀리 관광객들이 채석강 닭이봉 쪽 절벽 아래를 거닐고 있다. /부안=고광본 선임기자


이번 여행에 동반한 이승호 서울 여의도고 과학교사는 “한반도 지질과 지형은 자연사박물관에 비견될 정도인데 남한에는 대체로 중생대 백악기에 거대한 호수나 하천에 쌓인 퇴적층이 산재해 있어 공룡 화석이 많이 발견된다”며 “채석강에서도 물때를 잘 맞추면 봉화봉 일대에서 3개층에 걸쳐 57개의 작은 공룡 발자국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남 고성·하동·남해·사천·진주·마산, 전남 해남·보성·구례·여수·화순, 경기 화성, 경북 의성, 부산 다대포의 퇴적층에서 공룡 화석이 다수 발견됐다.


과학계에 따르면 중생대 초기인 트라이아스기(2억5,000만년 전~2억년 전)에는 모든 대륙이 적도 근처에 ‘판게아’라는 하나의 대륙으로 있었는데 이때 처음 공룡 등 파충류가 등장했다. 이어 쥐라기(2억년 전~1억4,500만년 전)에 각각의 대륙으로 분리되기 시작하고 공룡도 번성했으며 백악기가 돼 비로소 오늘날의 대륙 형태와 비슷해졌고 공룡이 더욱 다양하게 진화했다. 하지만 1억6,500만년간 지구를 호령했던 공룡은 6,600만년 전 갑자기 멸종한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소행성 충돌로 암흑천지가 2년이나 지속돼 기온이 급락하고 식물 광합성이 불가능해지고 화산 폭발, 지진, 쓰나미가 빈번히 발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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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강에서 보듯 한반도는 선캄브리아기의 변성암(땅속 깊은 암석이 높은 열과 압력을 받아 광물과 조직이 변함), 고생대(5억4,000만년 전~2억2,500만년 전)부터 생긴 퇴적암(풍화·침식으로 지각이 떨어져 나가고 동식물 유해가 쌓임), 중생대(2억2,500만년 전~6,500만년 전) 화성암(지구 내부 마그마가 식어서 굳음)으로 구성돼 있다. 변성암, 퇴적암, 화성암의 비율은 각각 40%, 25%, 35%인데 지역마다 지질이 확연히 다르다.

실례로 인천시 옹진군 대이작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25억년 전 변성암이 존재한다. 지리산도 편마암으로 이뤄져 있다. 화성암 중 마그마가 지표 부근에서 급하게 식은 화산암은 제주도와 울릉도·독도, 철원·한탄강 일대, 백두산에 있다. 마그마가 지하 깊은 곳에서 천천히 식은 심성암의 일종인 화강암은 설악산, 북한산·불암산 등이 대표적이다. 퇴적암은 채석강 외에도 전북 진안 마이산, 신안 홍도, 태백 구문소, 고성 덕명리 해안, 해남 우항리, 삼척 환선굴, 제주 수월봉, 개성 송악산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이 중 말의 두 귀 모양과 기묘한 돌탑으로 유명한 마이산은 9,000만년 전 형성된 퇴적분지에 자갈·모래·진흙 등이 쌓여 단단한 바위로 굳어진 뒤 융기와 침식을 반복하며 형성됐다. 덕명리 해안은 1억년 전 퇴적된 셰일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공룡과 새의 발자국이 대거 발견되고 퇴적구조도 다채롭다.

이승권 경기 고양 일산양일중 과학교사는 “환선굴과 영월 고씨동굴, 단양 고수굴 등 고생대 석회암 지대는 이산화탄소가 녹은 지하수가 흘러 바위가 녹아 동굴이 생기고 내부에 종유석·석순·석주가 나왔다”며 “여행할 때 역사문화뿐만 아니라 지질·지형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흥미가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안=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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