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중 스파이 암살 미수 사건’의 책임을 러시아에 돌리며 추가 제재를 부과하자 러시아는 보복을 예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미국이 러시아에 신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취재진에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실은 이번 조처 뿐만 아니라 앞서 미국이 부과한 제재는 모두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알면서도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내놨다”며 “러시아는 보복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미국 국무부는 “조사 결과 러시아가 자국민에게 신경성 물질인 노비촉을 사용한 것으로 결론을 냈다”며 “러시아가 화학무기 사용에 관한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딸 율리아(33)는 3월 영국의 소도시 솔즈베리에서 노비촉에 중독돼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지만 다행히 병원 치료를 받고 목숨을 건졌다. 노비촉은 옛소련이 개발한 맹독성 물질로 영국은 암살시도의 배후가 러시아 정부라는 결론을 내렸다.
신규 제재는 1991년 제정된 미국의 ‘생화학무기 통제 및 생화학전 철폐법’에 근거를 둔 것으로 15일간의 의회 고지기간을 거쳐 오는 22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국무부는 신규 제재에 러시아 국가안보와 관련된 품목과 기술에 대한 수출금지 등이 포함될 예정이며 러시아가 화학무기 사용 중단을 약속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검사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90일 후 추가 제재를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정부의 신규 제재 조치로 러시아 루블화는 직격탄을 맞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정부가 신규 제재 방침을 밝힌 후 루블화 가치는 1달러당 66루블 선으로 떨어져 21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2016년 11월의 달러당 66.2906루블 이후 최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