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오는 2020년까지 EU의 국경과 해안경비를 담당하는 기구인 ‘프론텍스’ 인력을 현재 1,500명에서 1만명 규모로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내년 5월 EU의 입법부 격인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최근 EU 주류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융커 위원장은 12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 본부에서 국정연설을 통해 “EU의 최대 과제인 불법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EU의 역외 국경이 효과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최근 EU 주류 정치권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EU 내 일부 국가에서 반(反)난민, 반(反)EU를 내세우는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융커 위원장은 특히 아프리카 난민의 유럽 유입을 막기 위한 근본 대책으로 향후 5년간 아프리카에서 1,0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까지 (유럽의 학생교류 프로그램인) 에라스뮈스 프로그램으로 아프리카 학생과 연구자 3만5,000명을 지원하고, 2027년까지 이를 10만5,000명으로 늘리겠다”고도 약속했다.
이어 융커 위원장은 “EU 회원국 국민은 EU가 그들을 적절하게 보호할 것을 기대한다”면서 국경을 넘나드는 테러와 제3국의 선거개입, 온라인 극단주의 콘텐츠 확산을 차단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또 국경을 넘나드는 테러를 수사하는 EU 검찰의 권한을 확대할 것과 내년 유럽의회 선거 때 제3국의 선거개입을 막기 위해 회원국 간 협력을 촉구했다.
한편 융커 위원장은 내년 3월 30일 예정된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와 관련해서는 영국에 “EU를 떠나면서 예전과 같은 특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강경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EU를 탈퇴하기로 한 영국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운을 뗀 뒤 “EU를 떠나는 국가는 회원국 때와 똑같은 특권적 위치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영국 정부가 이해해 줄 것을 요구한다”면서 EU를 떠난 뒤 EU의 규정을 존중하지 않는 한 단일시장의 일부분도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